김창규 시인의 문학 칼럼

금강산에서 만난 남북의 작가들

2006-11-03     충청타임즈
핵실험의 파장이 크고 국제정세가 어지러운 가운데 금강산에서 남북의 작가들이 만나 '6.15민족문학인협회'를 결성하였다. 6·15공동선언의 정신으로 문학을 업으로 하는 작가들이 금강산에서 만나 협회를 만들었다. 앞으로 남북작가들의 교류가 이 단체를 통해서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을 기대한다. 그런데 이번 역사적인 '6·15민족문학인협회'에 남쪽의 대표들이라 할 수 있는 고은, 백락청, 황석영 같은 분들이 빠져 있었다. 북쪽에서도 홍석중, 오영재 같은 무게 있는 작가 분들이 빠져 있는 것을 보고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이번 '6·15민족문학인협회' 결성식에 가고 못가고 하는 것이 섭섭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큰 의미를 가진 조직을 몇 사람이 즉흥적으로 결정한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지한 토론과 결성시기와 규모 등에 대한 고민은 덜했던 것 같다. 대부분 아는 얼굴들을 언론사의 사진을 통해 보았다. 분단 이후 남북의 문인들이 단일 문학조직을 만들었다는데, 큰 의미를 둘 것이다.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엄청난 무게로 느껴진다. 좀더 신중하게 대표단을 꾸리고 모든 국민들이 인정하는 대표들이 만났어야 했다. 이런 아쉬운 생각이 드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대표단이 좀더 충실하게 꾸려졌더라면 더 많은 축하를 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6·15민족문학인협회'가 결성 되었다. 남과 북 해외동포들까지 아우르는 '통일문학'의 계간지가 발간되는 날 민족의 화해와 평화공존은 더 앞당겨질지 모른다. 이제 큰 길을 닦은 기분이 든다. 북의 평양시민들이 남쪽의 문학을 읽고 남의 민중들이 북쪽의 문학을 자연스럽게 읽음으로 모국어로 분단의 문학을 넘어 통일의 문학을 여는 계기가 될 것이다. 문학이 오늘 이 시대의 사명이 무엇인지 남쪽의 작가들은 깊이 새겨야 할 때이다.

광복 이후 남쪽 정부의 수립과 더불어 한국문인협회가 발족하였다. 또한 민족민주화 운동에 앞장선 작가들이 1974 '자유실천문인협의회'를 조직하였고 '민족문학자가회의'로 발전하였다. 민주화와 통일운동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민족문학은 위기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민족문학은 민주화운동의 실천을 통해 군사독재정권에서 벗어나 국민이 주인되는 세상을 만들었다. 필자는 1972년부터 민주화운동에 눈을 떴다. 참으로 많은 세월이 흘렀다.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들이 벌어졌다. 2000년 6월15일 남북의 정상들이 만나 공동선언을 하므로 금강산 관광을 하고 평양과 백두산, 묘향산 관광을 하게 되었다.

북한의 핵실험이 한반도의 전쟁위기를 불러오는 것 같은 분위기를 일신하는 것으로 '6·15민족문학인협회'결성은 그만큼 7000만 겨레의 희망이 되어야 한다. 남과 북의 강경 보수파들이 서로 욕하고 미워하고 할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끼리 서로 돕고 협력하여 자손만대에게 물려줄 조국통일을 원만히 이룩해야 한다. 그것이 현재 이 땅에 발 딛고 사는 우리들의 소원이 되어야 한다. 요즘의 정치를 보면 참으로 한심하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다음 정권을 잡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 있다. 온갖 비난과 설전이 오고가는 것을 보면 한심하다 못해 통탄스럽다. 거기다가 공안정국의 한파까지 몰아닥쳤다. 국정감사장의 국회의원들 발언을 보면 저 사람들이 우리가 뽑은 국회의원들인가 의심할 정도로 자격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책임질 수 없는 색깔 공세도 난무한다. 너무 지나친 광경을 본다.

북쪽이 6자회담에 무조건 참여하겠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으면서도 남쪽 정부에 통보하지 않고 중국 쪽에 먼저 통보하는 것은 아직도 남쪽을 믿지 못하는 것일까. 한 쪽으로는 민족끼리 협력하면서 나가자고 하더니 한쪽을 무시하면서 무슨 일을 도모하자는 것인지 어리둥절해진다. 지난 일은 어쨌거나 '6·15민족문학인협회'는 민족문학의 이익을 우선해야 할 것이다. 정파나 파벌을 의식하지 않고 진정한 통일문학의 길로 가고자 하는 작가들에게 먼저 길을 열어주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문단을 보면 후배 키우기보다는 자신의 명예와 영달을 추구하며 산 사람들을 너무 많이 보았다. 친일작가에서 반민족작가에 이르기까지 민주화운동에 편승해 무임승차하려는 얌체족을 너무나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20일 서울에서 70~80년대 민주화운동의 주역인 문학인들 '오월시 동인, 삶의 문학 동인, 분단시대 동인'들 몇몇이 많은 선후배 문인들과 '우리시대의 시인들'이란 모임을 결성하였다. 앞으로 진보적인 문학 활동을 펼쳐나갈 것이다. 그리고 '한국문학평화포럼'이 1년 전에 만들어져 전국을 찾아다니면서 문화소외지역에 찾아가 문학 강연과 음악, 시낭송 등을 하며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이 단체는 11월 다시 금강산을 찾을 것 같다. 그러면서 평화를 향한 작가들의 발걸음이 다양하게 펼쳐질 것이다. 통일의 새벽이 동터 올 때 가장 어두운 것이다. 지금 그 어둠이 서서히 밀려오지만, 곧 걷히게 될 것이다. 문학이 통일을 위해 기여한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