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2015-04-05     이효순 <수필가>

이효순 <수필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은 남편과 함께 취미생활을 하는 날이다. 집에서 가까운 생활 댄스 교실 초급반에 나간다. 늘 생활이 분주해 관심이 별로 없었다. 처음 시작한 동행이 쉽진 않다.

지난해 체육관에서 하는 스트레칭을 남편과 함께 다녔다. 어느 날 남편은 옆 교실에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것을 지나가다 보았다. 그것이 무척 재미있어 보였나 보다. 내년에는 신청해서 한 번 해보자고 제안했다. 새해 1월 수강생 모집에 일찍 접수해 다행히 수강하게 됐다. 

첫 시간에 수강한 사람들을 보니 남자는 대부분 공직에서 정년퇴직하신 분들이었다. 기초 동작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았다. 우리 내외가 많이 미달됐다. 생전 처음 하는 것이니 그럴 수밖에. 그래도 열심히 따라 했다. 머리와 몸이 따로따로 움직인다. 거기다 집수리 할 때 연거푸 3회 불참했다. 기초 동작을 배우는 과정에 빠졌으니 남편과 나는 계속 헤매었다. 그것까지는 좋은데 서로 잘 안되니까 마음이 상해 말소리가 높아진다. 서로 틀렸다고 지적을 하는 것이다.

처음이라 호기심도 생겼다. 그리 흥미있는 것도 아닌데 즐겁게 생활하러 온 것이 서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마음에 갈등이 생긴다. 그것으로 화요일, 목요일은 누구와 점심 약속도 못 하고 있다. 또한 시간도 오후 1시 30분이니 어중간해서 집안일도 하다마는 꼴이 된다. 괜히 시간 낭비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도 생긴다. 그래도 멈추지 않고 배우고 있다.

두달 가까운 어느 날 댄스를 시작하기 직전이었다. 우리 내외의 모습이 무척 보기 안타까웠나 보다. 함께 수강하는 아주머니 한 분이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아주머니는 왜 처음부터 못하는 사람과 짝을 해서 속을 썩이셔요?”라고 말한다. 나는 소리 내어 크게 웃었다. “제 남편이에요.” 깜짝 놀란다. “그래도 이렇게 함께 오니 얼마나 좋으세요”하면서 자기 남편 이야기를 했다. 5년째 투병 중이라고 하면서. 자신도 노인복지관에서 처음 배울 땐 우리와 똑같았다고 격려한다. 그러면서 1년쯤 지나면 좀 나아질 거라고 위로한다. 평생을 드나들던 직장과는 또 다른 세계에서 새로운 인생을 배운다.

이제 두달째 접어들었다. 우리 내외의 실력이 뒤처진다. 다른 이들은 모두 잘하는 것 같다. 쉬는 시간에 얘기를 들으니 몇 번씩 다닌 사람과 다른 곳에서 배운 사람 여러 부류였다. 그렇게 계속해서 다닌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니 우리 내외처럼 처음 배우는 사람들은 어찌 헤매지 않을 수 있는가. 난 댄스에 맞는 구두도 새로 맞췄지만 남편에게 그만두면 어떻겠냐고 물어보았다. 대답을 하지 않는다. 처음이라 그러니 더 견디어 보자는 것이다. 타인들의 시선도 있고 난 갈등이 생긴다. 어떻게 할까.

수강하는 날 남편이 아침에 서예 교실에 갔다. 점심상을 차려놓고 기다리니 정오가 지나도 오지 않는다. 기다리다 오늘은 댄스교실 가지 않으려나 생각했다. 그러나 낮 12시 30분쯤 대문 소리가 난다. 서예 교실에서 지인들과 함께 식사를 했단다. 댄스교실 가려고 부지런히 왔다고 한다. 난 마음으로 더 늦게 오기를 기다렸다. 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부지런히 점심을 먹고 남편과 함께 가면서 즐겁자고 배우는 것인데 서로 다투면 스트레스를 받으니 싸우지 않게 조심하자고 했다. 남편도 웃으면서 대답한다. 그날도 서툰 동작으로 몇 번씩 틀린 것을 반복하며 선생님의 지도를 받았다. 즐거움과 부끄러움을 동반하며.

함께 세월을 보내며 동행하는 우리의 귀갓길에 명자나무의 흰 꽃이 봄바람에 하늘거리며 방긋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