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꽃

시 읽는 세상

2015-03-25     연지민 기자

송찬호
 
옛말에 꽃 싸움에서는 이길 자 없다 했으니 
그런 눈부신 꽃을 만나면 멀리 피해 가라 했다
언덕 너머 복숭아밭께를 지날 때였다

갑자기 울긋불긋 복면을 한
나무들이 나타나
앞을 가로막았다

바람이 한 번 불자
나뭇가지에서 후드득 후드득,
꽃의 무사들이 뛰어내려 나를 에워쌌다

나는 저 곡우(穀雨)의 강을 바삐 건너야 한다고
사정했으나 그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럴 땐 술과 고기와 노래를 바쳐야 하는데
나는 가까스로 시 한 편 내어놓고 물러날 수 있었다

※ 아랫녘, 먼저 온 봄 소식에 청주의 복사꽃도 질투하듯 불긋해졌습니다. 꼼짝 못 하게 만드는 꽃의 무사를 만날 봄밤도 머지않은 듯합니다. 이 붉은, 이 노란, 이 푸릇한, 이 환한 봄의 향연에 무엇을 제물로 내놓아야 할까요. 꽃싸움에 이길 자 없다고 하니 순순히 받칠 봄의 제물을 그윽하게 생각해봐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