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마을

저곳

2006-10-23     충청타임즈

박 형 준

空中이라는 말
참 좋지요
중심이 비어서
새들이
꽉 찬
저곳

그대와그 안에서방을 들이고아이를 낳고냄새를 피웠으면

空中이라는말

뼛속이 비어서
하늘 끝까지
날아가는
새떼

시집 '물속까지 잎사귀가 피어 있다' (창작과비평사) 중에서

<김병기시인의 감상노트>

   
하늘을 나는 것들의 꿈은 비우는 일에 있다. 비우지 않으면 끝내 공중의 일부가 될 수 없는 날개의 꿈은 뼛속을 텅 비운 채로 날아가는 것이다. 살면서 무게에 짓눌려 사는 게 일상이거늘, 우리는 어떻게 몸을 비워 비상을 하겠는가. 가만히 되돌아보면, 채우기 위하여 먹는 것에만 탐닉하며 지내왔다. 주거나 나누거나 비우는 일 없이 왔으니, 새의 영토를 한 번이라도 갈 수 있겠나. 새들이 추락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 뼛속을 비우려고 독한 똥을 누기 때문이다. 하늘까지 이르지 않으면 하강하지 않는 새들처럼, 공중에 가벼운 정신의 날개를 띄어야 산다고 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