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레반

시 읽는 세상

2014-12-10     연지민 기자
오탁번

잣눈이 내린 겨울 아침, 쌀을 안치려고 부엌에 들어간 어머니는 불을 지피기 전에 꼭 부지깽이로 아궁이 이맛돌을 톡톡 때린다 그러면 다스운 아궁이 속에서 단잠을 잔 생쥐들이 쪼르르 달려 나와 살강 위로 달아난다

배고픈 까치들이 감나무 가지에 앉아 까치밥을 쪼아 먹는다 이 빠진 종지들이 달그락대는 살강에서는 생쥐들이 주걱에 붙은 밥풀을 냠냠 먹는다 햇좁쌀 같은 햇살이 오종종히 비치는 조붓한 우리 집 아침 두레반

※ 한편의 동화책을 읽은 듯 마음 한켠이 따스해집니다. 아득한 옛일 같지만 이는 얼마 되지 않은 우리 할머니나 어머니의 삶이었지요. 미물 하나도 존귀하게 여겼던 마음. 나만 아는 각박한 세상이 아니라 모두가 어우러져 살아가는 공동체로서의 아름다운 살풍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