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엽서

시 읽는 세상

2014-10-15     연지민 기자

안도현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 줄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곳에 있는지를

※ 낙엽이 쓸쓸함을 더해주는 가을입니다. 온몸을 내려놓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고운 빛 잃지 않는 한 장의 낙엽들. 뚝, 뚝, 낮은 곳으로 던지는 몸짓이 비우라고, 비우라는 묵언인 줄 알았는데 나누라는 말이었나 봅니다. 나누기 위한 나뭇잎의 여행에 가을도 더 깊어지고, 더 붉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