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 넘었던 불성실 길렌워터, 복덩이 되나
2014-10-15 뉴시스 기자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스가 시즌 초반 3연승을 달리며 무서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주역은 단연 외국인선수 트로이 길렌워터(26·199㎝)이다.
길렌워터는 3경기에서 26.3점 8리바운드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길렌워터는 2라운드(전체 13순위) 지명 선수로 처음에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1순위 리오 라이온스(삼성), 2순위 데이비드 사이먼(동부)을 상대로 판정승을 거둔데 이어 천적이었던 서울 SK 사냥에도 앞장섰다.
길렌워터는 내외곽 플레이에 모두 능하고, 200㎝가 되지 않는 애매한 신장에도 골밑에서 화끈한 몸싸움을 즐기는 것이 장점이다. 과거 리그를 평정했던 조니 맥도웰(전 현대) 같다.
사람은 겉만 봐서는 알 수 없나 보다. 길렌워터는 7월 트라이아웃에서 몇몇 다른 감독들로부터 불성실한 태도와 인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며 찍혔다. 몸무게도 130㎏이 넘어 운동선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추일승 감독과 구단은 길렌워터를 반드시 뽑아야 한다는 계산이었다. 힘을 바탕으로 한 플레이에서 성공 가능성을 높게 봤다.
오리온스 관계자는 "1라운드에서 선발할 고민까지 했던 선수이다. 빅맨이 없다보니까 우선 1라운드에서 가르시아(204㎝)를 뽑은 것이다"며 "우리 팀에서는 길렌워터가 메인 외국인선수"라고 했다.
길렌워터와 가르시아 사이에서도 연습경기를 통해 서열정리(?)가 끝났다고 한다.
8월 초 한국에 왔을 때 길렌워터의 몸무게는 128㎏였다. 여전히 정상적으로 뛰기에는 무리가 있는 체중. 추 감독은 "당장 살부터 빼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듣지 않았다. 살빼기에 열중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몸은 시즌 들어갈 때까지 만들어 놓을 테니까 간섭하지 말라"고 답했다.
참다못한 추 감독이 성을 냈다. 앞서 몇 차례 마찰을 겪어 냉랭한 기류가 흘렀던 가운데 연습경기 중에 힘들다는 이유로 걸어 다니는 길렌워터의 모습을 보고 추 감독이 작전 보드판을 집어던지며 "미국으로 돌아가라"고 소리쳤다.
나중에 길렌워터의 사과와 반성으로 일단락됐지만 시즌 전부터 이 같은 이야기가 퍼지면서 '올 시즌 오리온스의 외국인선수 농사는 망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기량은 인정했지만 외적인 부분에서 물음표를 준 것.
더욱이 오리온스는 외국인선수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라이온스를 선발하려고 했던 계획이 틀어지면서 첫 단추부터 잘못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시즌이 임박하자 먹는 양을 조절하고, 운동의 강도를 높여 다이어트에 성공했다. 현재 114㎏이다. 길렌워터가 정상 컨디션일 때, 몸무게는 110㎏이라고 한다. 더 빼야 한다.
팀 관계자는 "시즌을 치르면서 점차 정상 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며 "코트 안에서는 불같은 성격이지만 밖에서는 쿨한 편이다. 과거 게이브 미나케를 연상하게 한다"고 했다. 3연승으로 승승장구하면서 코칭스태프와 길렌워터의 신뢰도 깊어지고 있다.
아직 3경기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오리온스는 함박웃음이다. 국내선수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이승현까지 프로 적응을 완전히 마치고, 조직력의 완성도를 높이면 위력은 더욱 커질 게 유력하다.
길렌워터가 프로농구 외국인선수 판도를 뒤흔들며 오리온스의 돌풍을 어디까지 끌고 갈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