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득하다

시 읽는 세상

2014-08-06     연지민 기자
유승도
 
산도 지우며 눈이 내린다 
개의 짖음도 흑염소의 울음소리도 지우며 눈이 내린다 
돌담도 지우며 눈이 내린다 
날아가는 까치도 까치가 앉았던 살구나무도 지우며 눈이 내린다 
방 밖으로 나서는, 아이의 목소리도 지우며 눈이 내린다
 
하늘도 지우며 눈이 내린다 
방금 내린 눈까지 지우며 눈이 내린다

 
※ 뙤약볕에 그늘 하나 만들듯 눈 내리는 여름을 생각합니다. 푹푹 눈 내려 쌓이는 8월, 눈송이 하나 둘 지상의 것들을 지워내고, 끝내 햇살의 흔적마저 덮어버립니다. 다른 무엇도 허용하지 않는 순백의 시린 여름을 내 안에 들이고 잠시 더위를 잊어보는 것도 멋진 피서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