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망초

시 읽는 세상

2014-06-11     연지민 기자

오규원
 
길을 가던 아이가 허리를 굽혀
돌 하나를 집어 들었다
돌이 사라진 자리는 젖고
돌 없이 어두워졌다
아이는 한 손으로 돌을 허공으로
던졌다 받았다를 몇 번
반복했다 그때마다 날개를
몸속에 넣은 돌이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허공은 돌이 지나갔다는 사실을
스스로 지웠다
아이의 손에 멈춘 돌은
잠시 혼자 빛났다
아이가 몇 걸음 가다
돌을 길가에 버렸다
돌은 길가의 망초 옆에
발을 몸속에 넣고
멈추어 섰다.

※ 아이의 손장난에 돌 하나가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불쑥 솟구쳤다 떨어지길 반복하던 돌은 단단한 몸속에서 날개를 꺼내 길을 냅니다. 말랑해진 허공. 그 길을 따라 짧게 바람이 지나가고, 반짝 햇살이 들어옵니다. 아이의 장난도 시들해질 즈음이면 돌도 날개를 접고 두 발을 몸속으로 밀어 넣습니다. 시는, 세상은 시선에 따라 경계를 넘어서는 즐거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