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ㆍ군 ‘탄생 100돌’을 들여다보니

데스크의 주장

2014-05-27     조한필 기자
조한필 부국장 <천안·아산·내포>

충남의 몇몇 시·군들이 올해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그 계산 기점이 일제강점기란 것이 마음에 걸린다.

논산시는 지난 23일 ‘논산, 새로운 100년의 도약’기념사업 추진상황 보고회를 했다. 올해는 논산으로 불린지 100년이 되는 ‘뜻 깊은 해(논산시 표현)’라는 설명이다.

다큐멘터리 한국 재발견 제작, 논산발전 아이디어 우수제안 UCC 공모, 해맞이 행사 등 일부 사업은 이미 완료했다. 논산 밀리터리 파크 조성, 사이버 홍보관 구축, 통합 도시브랜드 개발, 논산 농업 100년사 전시, 황산벌 청년 문학상 공모 등 일부는 현재 진행 중이다.

홍산·임천·석성군이 합해졌던 부여군은 지난 100년 동안 정치, 문화예술, 체육 등 각 분야에서 지역 명예를 드높인 지역인 대상으로 ‘부여인물 100인’을 선정한다.

오는 9월 25일 열릴 100주년 기념행사에서 선정패를 증정하고 ‘개군(開郡) 100년사’에 공적을 영구히 기록할 예정이다.

또 기념할 만한 역사적 가치가 있는 물건 100점을 모아 타임캡슐에 담아 매설한다.

일제는 대한제국을 식민지화(1910년)하고 4년이 흐른 1914년, 전국 행정구역을 개편했다.

조선총독부가 토지조사사업 과정에서 행정구획의 불균등성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궁극적으로 식민통치 효율성을 높이려는 목적이었다.

‘충청남도지(誌)’에 따르면 조세 부담의 불균형을 잡아 행정 편의와 재정 경비 절감을 꾀하려 했다지만 결국 한반도 지배의 일환으로 시행된 것이다.

총독부는 1년 전부터 준비한 끝에 그 해 3, 4월 전국 일시에 군(郡) 통폐합을 시행했다. 한 개 군 면적은 약 40방리(1方里는 사방 1리), 인구 10만명 정도. 그 이하의 군은 인접 군에 통합시켰다.

충남은 기존 37개군을 14개군으로 통폐합했다. 현재의 충남 15개 시·군과 대전·세종시 등 17개 지자체가 포함된 영역을 14개군으로 나눈 것이다. 당시는 현재의 계룡시ㆍ태안군(서산군에 통합)ㆍ금산군(당시 전북)은 없었다.

통합과정에서 논산·대전·홍성 등 새 이름이 탄생했다. 논산(論山) 이름은 ‘논 가운데 있는 작은 산’을 일컫는 ‘논뫼’에서 나왔다.

대전은 동국여지승람에 나오는 ‘대전천(川)’ 에서 비롯된 듯하다. 홍주는 이름이 도청소재지인 공주와 일본어 발음(코슈)이 같아 다른 이름을 찾아야 했다. 홍주군와 결성군에서 한 글자씩 따와 홍성을 지었다.

일방적인 행정개편에 반발이 따랐다. 논산·보령·태안 등 3개군이 이의를 제기했다.

특히 총독부는 논산군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은진·연산·노성군을 통합했는데 군청 위치(논산) 등이 불만이었다.

일본 거류민 중심으로 조직된 강경번영회가 군청을 강경에 두고, 군 이름도 강경으로 할 것을 주장했다. 반대 운동은 총독부와 신임 논산군수 김영진(김옥균이 일본여인과 재혼해 낳은 아들)의 회유로 겨우 진정됐다.

일제의 행정구역 개편은 전국 동시에 이뤄진 것이다. 317개군이 220개군으로 통합됐다. 220개군이 같은 때 새롭게 출발했다. 그러니 전국의 많은 시·군들이 올해 함께 ‘탄생 100돌’을 맞는다. 우리 지자체만의 역사가 아니다. 게다가 일제 식민통치 목적에 의한 탄생이었다.

기념하고 축하하기엔 께름칙하다. 다른 데서 도약의 계기를 찾는 게 나을 듯하다. 행사 준비하는 지자체에 찬물 끼얹는 말일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