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치지 않은 편지

시 읽는 세상

2014-04-23     연지민 기자
정호승

그대 죽어 별이 되지 않아도 좋다
푸른 강이 없어도 물은 흐르고
밤하늘은 없어도 별은 뜨나니
그대 죽어 별빛으로 빛나지 않아도 좋다
언 땅에 그대 묻고 돌아오던 날
산도 강도 뒤따라와 피울음 울었으나
그대 별의 넋이 되지 않아도 좋다
잎새에 이는 바람이 길을 멈추고
새벽이슬에 새벽하늘이 다 젖었다
우리들 인생도 찬비에 젖고
떠오르던 붉은 해도 다시 지나니
밤마다 인생을 미워하고 잠이 들었던
그대 굳이 인생을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 불면의 밤을 보내며 편지를 씁니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눈물로 쓴 편지는 수취인도 적지 못한 채 가슴 저 밑바닥에 꾹꾹 눌러씁니다. 말 한마디 못한 채 떠난 이나, 말 한마디 못한 채 떠나 보낸 이나 부치지 못한 편지만이 눈물로 흐릅니다. 노란 리본에 담긴 염원처럼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으로 돌아오길 간절히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