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같은 시

시 읽는 세상

2014-03-26     연지민 기자
조향미



그런 꽃도 있었나
모르고 지나치는 사람이 더 많지만
혹 고요한 눈길 가진 사람은
야트막한 뒷산 양지바른 풀밭을 천천히 걷다가
가만히 흔들리는 작은 꽃들을 만나게 되지 
비바람 땡볕 속에서도 오히려 산들산들
무심한 발길에 밟히고 쓰러져도
훌훌 날아가는 씨앗을 품고
어디서고 피어나는 노란 민들레
저 풀밭의 초롱한 눈으로 빛나는 하얀 별꽃  
허리 굽혀 바라보면 눈물겨운 작은 세계  
 
참, 그런 눈길 고요한 사람의 마을에는
들꽃처럼 숨결 낮은 시들도
철마다 알게 모르게 지고 핀다네



※ 마른 대지에 어린아이 손톱만 한 꽃들이 뾰족뾰족 얼굴을 내밉니다. 추울까, 비 맞을까, 다칠까 넓은 잎으로 감싸 안은 모습이 사람과 다름없습니다. 밤새 잎을 키우고, 아침 햇살에 토독 토독 꽃망울을 터트리는 봄의 들녘. 그 적요 아래 고, 작은 생명들이 화들짝 피어나는 소리 들리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