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바람꽃, 나도바람꽃

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2014-03-12     석 <진천광혜원중학교 교사>
최종석 <진천광혜원중학교 교사>

시간은 간다. 생물도 변한다. 옷깃을 여미며 꽃샘추위에 코와 볼이 빨간 학생들이 학교에 온다. 추워도 책가방을 들고 항상 즐거운 얼굴로 온다. 봄이 왔다는 것은 마음을 열개하는 것이 아닐까? 학교에 있는 냉이의 잎도 녹색이 짙어지고 새로운 식물의 움이 터온다.

지금 학생들은 봄에 얼마나 자랄까? 말랐고 젓가락같이 뼈만 남아있던 학생도 이제 키가 크고 살이 붙었다. 잘 생겼다. 잘 자랐다. 참 아름다운 봄이다. 봄이 꽃이 있어서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의 요동 침이 있어서가 아닌가?

이른 봄에 피는 꽃이 있다. 애기 앉은 부채, 매화, 진달래, 바람꽃 등 많이 있다. 그중에 많은 바람꽃이 2월 말에서 3월 초에 핀다. 아름답다. 순수하고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꽃이다. 바라보고 있으면 눈의 피로가 확 달아난다. 우리나라에는 13종의 바람꽃이 자란다. 꿩의 바람꽃(A. raddeana)과 외대 바람꽃(A. nikoensis)을 흔히 볼 수 있고, 한라산에는 세바람꽃(A. stolonifera), 설악산에는 바람꽃(A. narcissiflora), 홀아비 바람꽃(A. koraiensis)이 자라고 있다. 바람꽃은 영어로는 windfl ower라고 Anemone의 뜻으로 바람이 불면 꽃이 활짝 핀 것 같다는 의미이다. 또 pasqueflower라고도 하는 데 ‘pasque’은 부활절을 의미한다. 바람꽃 중에는 부활절을 상징하는 꽃이 있다.

이상하게도 미나리아재비과에는 속하지만 바람꽃속(Anemo ne)이 아닌 식물에 ‘바람꽃’이란 이름이 붙은 종류가 많다. 경기도 북부의 너도바람꽃(Eranthis tellata), 만주바람꽃(Isopyrum mandshuricum), 강원도 북부에 나도바람꽃(Isopyrum raddeanum), 북한의 관모봉의 매화바람꽃(Callianthemum insigne) 등이다.

왜 이렇게 속이 다른데 같은 바람꽃이란 이름을 붙였을까? 속이 다르기 때문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 종인데. 그래도 바람꽃이 붙였다. 그만큼 꽃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바람꽃에 있는 하얀 꽃잎 같은 것은 꽃받침이다. 그 속에 노란 것이 꽃잎이다. 나도바람꽃이라고 하였으니 너도바람꽃이라고 하여야 하겠구나! 참 재미있는 이름이다.

식물이름에는 매우 재미있는 이름이 많다. 며느리 밥풀, 며느리 배꽃, 할미질 빵, 사위질빵, 애기똥풀 다들 나름의 사연을 가지고 이름이 지워졌다. 이름이 있다는 것, 존재하고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다. 마다가스카르에는 아직도 이름이 지어지지 않은 생물들이 많다고 한다. 그만큼 자연이 다양하다는 것이다. 이 다양한 생물의 세상에서 서로 나도바람꽃, 너도바람꽃이라고 부르는 것이 얼마나 정겨운 이름인가?

학기초라 학생들의 이름이 익숙하지 않다. 그러나 유난히 빨리 기억되는 이름이 있다. 그 이름 중에는 마치 일찍 피어서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바람꽃과 같은 학생이 있다. 나도, 너도 모두 바람꽃과 같이 아름답다.

세월이 지나고 세상이 바뀌어도 바람꽃은 피어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바람꽃은 결코 아닐 것이다. 다음번에는 어떤 이름을 붙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