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자리가 필요하다

시 읽는 세상

2014-03-05     연지민 기자
오규원

빈 자리도 빈 자리가 드나들
빈 자리가 필요하다

질서도 문화도 질서와 문화가 드나들
빈 자리가 필요하다

지식도 지식이 드나들 지식의
빈 자리가 필요하고
나도 내가 드나들 나의
빈 자리가 필요하다.
 
친구들이여
내가 드나들 빈 자리가 없으면
나의 어리석음이라도 드나들
빈 자리가 어디 한구석 필요하다.
 

※ 누군가에게 의자가 되어주는 저 의자도 잠시 쉴 수 있는 의자가 필요한지 모르겠습니다. 의자를 의자로만 보는데 익숙한 시선에선 의자에게 의자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황당하겠지요. 하지만 세상 모든 것을 사물로 본다면 의자는 사람에게만 필요하진 않을 겁니다. 내가 나에게로 향하듯, 이름 지어진 그 모든 것들이 본질로 향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행여 지금 쓸쓸하다면, 외롭다면, 허전하다면, 즐겁다면, 행복하다면 그 감정이 드나들 수 있는 빈자리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