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문화재단 ‘공무원 출신’ 국장 채용 강행

밀실 조직 개편 비난에도 시의원들 설득 나서

2014-03-02     조한필 기자
국장 인건비, 작년 잉여금으로 충당 계획 숨겨

“무늬만 공모제… 명예퇴직한 K과장 선발” 꼼수

천안문화재단이 밀실 조직 개편에 대한 비판(본보 1월 14·16일자 보도)을 무시한 채 사무국장 채용 준비에 나섰다.

재단 측은 3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천안시의회 임시회 일정에 맞춰 의원들에 대한 마지막 설득 작업에 나설 태세다. 사무국장 채용(공모제)에 따른 올해 인건비 증가분(연봉 5000여만원)도 이미 확보된 상태로 예산상 문제가 없다. 재단은 인건비 충당 계획을 여태껏 숨겨왔다.

재단 관계자는 “재단 조직 개편이 시의회 승인사항은 아니지만 시의회가 재단 예산을 심의하기 때문에 양해를 구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총무복지위원회 의원들을 만나 사무국장 채용 필요성을 설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재단은 지난해 말 예산 심의 때, 두 달 전(2013년 10월) 있었던 이사회의 조직 개편안 의결 사실을 숨겨 시의원들의 분노를 샀다. 그런데 이번엔 올해 예산에 포함되지 않은 사무국장 연봉을 지난해 예산 잉여금으로 사용할 계획이었음이 새로 드러났다. 지난해 3월 재단은 천안예술의전당 직원들을 뽑으면서 무대기술팀 인원 3명을 뽑지 않아 당초 세웠던 인건비 약 1억2000만원이 남았다.

재단은 지난달 말 2013년 회계 처리를 끝냈다. 시의원 설득 작업만 끝나면 재단 이사회를 통해 잉여금 사용 승인을 받아 사무국장 채용에 나서면 된다. 이사회는 재단 이사장인 천안시장 측근들로 구성돼 사용 승인이 어렵지 않다.

재단은 이런 계산 속에 지난해 10월 박윤근 본부장 직급을 재단 2급에서 1급으로 높이고, 사무국장(2급)을 새로 뽑을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재단은 2012년 명예퇴직한 천안시 부시장을 초대 사무국장으로 뽑더니 곧바로 본부장으로 직위명을 바꿔 비난을 산 바 있다. 1년 반 후 아예 직급을 높이고, 없어진 직위(사무국장)을 다시 만드는 촌극을 벌인 것이다

이런 밀실 조직개편 사실은 올 초 명예퇴직한 K과장이 신설되는 사무국장 자리에 갈 거라는 소문이 돌면서 외부에 처음 알려졌다. 전국 공모를 통해 뽑을 자리에 퇴직 공무원이 이미 내정된 사실에 지역문화계는 넋을 잃었다.

한 지역예술계 인사는 “시가 천안예술의전당 관장은 재단 3급으로 그대로 둔 상태에서 본부장(1급), 사무국장(2급)을 공무원 출신으로 뽑아 재단 위에 군림하려는 속셈”이라며 “이런 시와 재단의 꼼수를 시의원들이 묵인하는 사태가 벌어질까 두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