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시 읽는 세상

2013-10-09     연지민 기자
마종기

가벼워진다
바람이 가벼워진다
몸이 가벼워진다

이곳에
열매들이 무겁게 무겁게
제 무게대로 엉겨서 땅에 떨어진다

오, 이와도 같이
사랑도, 미움도, 인생도, 제 나름대로 익어서

어디로인지 사라져간다

 

※ 계절의 순환은 가르침이고 깨달음이다. 자연은 모든 생명이 살아가면서 성장하고 채우고 비우고 침묵하는 시간을 보여준다. 무언가를 내려놓는 가을이다. 무언가를 내려놓아야 하는 가을이다. 가을의 비움이 거듭할 수록 더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나이 듦이란 이처럼 계절의 순환을 읽어내고 받아들이는 것. 가을이 주는 올해의 편지를 펼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