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

인형조각가 한명철의 손바닥 동화-길우물 이야기

2013-10-01     한명철 <인형조각가>
한명철 <인형조각가>

하나의 이름에 동시에 두 가지의 뜻이 있는 것은 어떤 뜻으로 쓰인 것인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여름날 날아다니는 잠자리와 여행할 때 자는 곳 잠자리가 있습니다.

배낭여행을 다니게 될 경우 잠자리는 현지에서 구하게 됩니다. 호텔은 너무 비싸고 우리나라 모텔처럼 싼 곳이 있으면 좋은데 그게 쉽지 않습니다. 로마에는 '도미토리'라는, 한방에 이층침대가 네 개 있는 곳이 있는데(우리 교포가 하는 곳) 하루 15000원에 아침도 주고 인터넷도 되는 잠자리인지라 잘 잔 기억이 있습니다.

다음날은 교황청 앞에서 민박했는데요, 호텔만큼이나 좋았지요. 아침은 각자 부엌에 있는 빵과 치즈로 먹을 수 있었는데요. 이탈리아 글로 된 수십 가지의 치즈 종류 때문에 난처한 선택을 해야 해 당황했습니다.

밀라노에서 파리 간은 '유로나이트'로 침대 기차여서 덜커덩거리며 타고 갔는데 나쁘지 않았습니다. 베니스는 잠자리가 비싸기로 유명한 곳인데 낡은 수도원을 여름 한 철만 여행객에게 싸게 개방해 중세 가옥의 낡고 무거운 분위기였지만 침대는 정갈하고 조용했습니다. 하루 15000천원으로 싸고 좋은데, 사전 예약을 해야만 되는 걸 모르고 찾아가 그냥 버티기(?) 작전으로 이틀간 잘 지냈었지요.

산타루치아 항구에서는 아주 오래된 호텔에 묵었는데 사 층을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타는 사람이 철문을 여닫는 고물이라 오르내리며 겁난 적이 있습니다. 플로렌스에서는 작은 호텔에서 사흘간 묵은 적 있는데 담당 아줌마와 친해져 편히 지냈는데요. 가져간 한지 부채를 꺼내 먹을 갈아 그 자리에서 그녀의 이름을 물어 쓰고 낙관까지 찍어 선물한 덕이었습니다.

때론 호텔비도 깎고 잠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적도 있지만, 현지인들과의 유대(?)에는 도움이 됐습니다. 두려워하지만 않으면 세상은 재미있습니다. 그것도 많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