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시 읽는 세상

2013-07-03     연지민 기자
복효근

고요한 수면 위로
수련 한 송이 핀다
가만 보니
수면 아래로도 한 송이 뻗어
서로가 서로에게 피어나고 있다
혹은
꽃 피는 스스로의 노고를
네 덕으로 돌려
꽃 꺾어 바치는 듯하다
허와 실이 그렇듯
서로에게 거울이었구나

소금쟁이 몇 마리
수면을 팽팽히 붙잡고 있다



※ 아름다움은 뜨거움도 잊게 한다. 불볕 더위도 아랑곳 없이 초록 방석에 올려진 수련꽃은 눈도 마음도 홀린다.

탁함에서 깨끗함으로 정화되어 피어나는 연꽃이기에 아름다움은 더 없이 곱다. 그 아름다움도 홀로 피지 않는다. 표피를 걷어내면 서로를 떠받쳐주는 가지가 있고 넓은 잎이 물밑에 있다.

수련이 그렇듯 사람도 마찬가지다. 스크럼을 짜고 든든히 받쳐주는 누구가가 있어야 자기만의 꽃을 피울 수 있다. 지금 곁에 거울이 되어주는 꽃이 있는가, 짠내나는 질문을 던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