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시 읽는 세상
2013-06-12 연지민 기자
반칠환
저놈은 대단한 독서광 아니면
문맹이 틀림없다
열흘째 넘기지 못한 서적을
돈 세듯 넘겨놓고,
포플라 잎 팔만대장경을
일제히 뒤집어 놓은 채 달아난다
※ 연둣빛 봄이 물러나면 초록으로 단장한 여름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새의 혀처럼 돋아났던 잎은 어느 사이엔가 손바닥을 닮아갑니다. 나무의 성장은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어느 날 훌쩍 커 있는 나무를 발견하게 되는 것은 나뭇잎 사이를 유영하는 바람 때문입니다. 숱한 나뭇잎을 낱장으로 뒤집어 놓고 달아나는 바람. 차르르 허공으로 퍼져나가는 나뭇잎 가락. 돈을 세는 소리인지, 독서하는 소리인지 나무 아래 앉아 들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