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도 ‘봄’이 왔으면

열린광장

2013-06-06     선지현 <비정규직없는충북만들기운동본부 집행위원>
선지현 <비정규직없는충북만들기운동본부 집행위원>

지난 3월 한화그룹을 시작으로 이마트, SK에 이어 23일 GS그룹까지 재벌기업들의 비정규직노동자들에 대한 정규직 전환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좋은 일이다.

그런데 주요 재벌기업들의 정규직전환 방침이 무조건 반갑지만은 않다. 그 이유는 아직도 40만 명에 달하는 간접고용(하청, 외주)노동자들은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대부분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하는 것은 대법원 판결을 받아놓고도 정규직 전환을 하지 못한 채, 220여일 째 울산에서 철탑농성을 하고 있는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과 양재동에서 한 달이 넘도록 노숙농성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이다.

이 노동자들은 10년 동안 현대자동차 기업의 불법파견 문제를 제기하며 투쟁해 왔다. 그리고 ‘불법파견으로 정규직 전환’이라는 판결을 받은 지도 벌써 3년이 넘었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거리에서, 철탑에서 투쟁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04년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에도 불구하고 정규직 전환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버텨왔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강제하지 못했다. 노동자들은 이를 법에 호소했고 6년만에 다시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을 받았다.

그런데도 현대자동차는 대법원판결조차 이행하지 않고 있다. 10년째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꼴이다. 같은 기간동안 현대자동차는 1조 6726억원 규모의 당기순이익이, 2012년엔 9조 563억 원으로 10배가 넘게 증가했다. 정몽구 회장의 재산도 10배가 넘게 증가했다. 기업과 기업총수의 재산이 이토록 놀랍게 증가할 수 있었던 게 1만 명에 가까운 비정규직 때문이라고 하면 억지이고 과장일까?

비정규노동자들도 직접고용과 간접고용으로 나뉜다. 직접고용된 비정규노동자들보다 더 열악한 노동자들이 바로 간접고용된 노동자들이다. 현대차 사내하청노동자들이 그런 경우다. 똑같은 일을 하고, 똑같이 원청회사에 관리감독을 받아도 소속이 하청업체여서 일하는 동안 벌어지는 차별과 어려움들을 얘기조차 해보지 못했다.

부당한 일에 저항이라도 하면 원청회사는 아예 하청업체와의 계약을 끊어버리면 그만이고 하청업체는 업체이름을 변경해 일하는 노동자들을 물갈이해 버린다. 그만큼 하청노동자들은 법에 보장된 최소한의 노동기본권조차 박탈당하고 살아왔던 것이다. 임금차별은 말할 것도 없다. 정규직노동자의 절반도 안되는 임금을 받고 똑같은 일을 하고 있고, 격차는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 현대차 대법원의 판결을 시작으로 한국지엠, 이마트 등에서 불법파견 판결이 나왔다. 따라서 사내하청의 정규직전환은 한국사회에서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비정규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시작점이 되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법과 원칙‘을 늘 강조한다. 기업들 역시 노동자들이 투쟁할 때마다 법과 원칙을 강조한다. 그런데 정작 정부는 불법을 저지른 기업인 현대차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현대차는 뻔뻔하게도 ’정규직 전환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차별해소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법과 원칙‘이라는 약속이 헛된 약속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노동문제의 가장 핵심사안인 현대차 불법파견에 대한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