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마을

생 명

2006-08-21     충청타임즈 기자

바닷가에서 작은 조가비로

바닷물을 뜨는 아이처럼

나는 작은 심장에 매일

하늘을 퍼 뜬다.



바다 아이가 조가비에

바다의 깊은 물을

다 담을 수 없는 것처럼

나의 허파도 하늘을 다 담지 못한다.



그러나 조개껍질에 담긴 한 방울 물이

실은 바다 전체이듯

가슴속에 담긴 하늘 또한

우주 전체이다.



'내 몸에 우주가 손을 얹었다'(세계사) 중에서



<김병기시인의 감상노트>

그의 죽음을 허형만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신선봉이 어느 날 사람 옷 입고 세상에 나와 세상을 거닐다 다시 산으로 돌아갔다. 세상 사람들은 그를 이성선이라고도 하고 시인이라고도 했다." "나 이 세상에 왔다 돌아갔다는 소식 아무에게 전하지 말라." 이성선 시인이 인용한 죽음에 이른 스님의 말씀이다. 아, 죽음은 나뭇잎 하나가 기척도 없이 어깨에 툭 내려앉는 것. 우리의 몸에 우주가 손을 얹는 것. 조가비 안의 물이 바다 전체이듯, 허파에 고인 숨이 하늘 전체이듯, 나의 삶이 우주 전체이다. 함부로 하루를 사는 거 아닌가 그 많은 자연의 숨을 그냥 보낸 것은 아닌가 요즘 우주가 아픈 소리에 꿈이 자주 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