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반 선생님의 부재(不在)

특별기고

2012-11-25     최충진 <청주시의회 복지환경위원장>
최충진 <청주시의회 복지환경위원장>

미국의 작가 겸 사회사업가였던 헬렌켈러(Helen Adams Keller, 1880-1968)는 인문계 학사학위를 받은 최초의 시각, 청각 중복 장애인이다. 그녀는 1999년 갤럽이 선정한 20세기에서 가장 널리 존경받은 인물 18인 중 한 사람으로, 이런 그를 탄생시킨 사람은 그녀의 스승 앤 설리반(Ann Sullivan)이다.

헬렌켈러는 설리반 선생님과의 만남을 이렇게 표현했다. ‘일생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날이 있다면 바로 내가 설리반 선생님을 만난 날이다...(중략)...나는 내 앞에 펼쳐질 놀라운 미래를 알지 못했다. “빛을! 제발 나에게 빛을!” 내 영혼은 그저 소리없는 외침을 내지를 뿐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한줄기 사랑의 빛이 마침내 나에게 이른 것이다’

장애를 극복하고 지금의 위대한 헬렌켈러로 남은 것은 자기 자신과의 끝없는 사투, 끊임없는 노력과 지칠 줄 모르는 도전 그리고 그녀를 향한 설리반 선생님의 헌신적인 사랑과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서로의 공감과 호응이 위대한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지난주 17일부터 이틀간 ‘2012 어울림 전국 휠체어펜싱 선수권대회’가 보은체육관에서 개최되었다. 도전과 극복으로 상징되는 휠체어펜싱을 국내에서 처음 시작한 곳은 1986년 한국소아마비협회(정립회관)이며, 86~88 기초훈련과정을 거쳐 9명의 휠체어펜싱 선수가 국가대표로 선발된 것이 그 시초이다. 금년 5월에는 (사)한국신체장애인복지회가 장애인단체 중 국내 최초로 장애인펜싱실업팀을 창단했으나 얇은 선수층과 코치진, 재원확보가 당면과제로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휠체어펜싱은 장애인체육의 저변확대와 장애인복지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기 위한 역할을 꾸준히 해오고 있으며, 선수들은 열정의 칼끝으로 거침없이 도전하여 자신 안에 있는 기적들을 일궈내고 있다.

사실 장애선수들에게 승패는 그 다음의 문제이다. 그들이 체육활동에 나서기까지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에 그러하다. 따라서 비장애인들은 그들이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극복해가는 과정을 생각해 봐야 한다. 그리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우리 사회 모두가 공유하는 문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의무를 다하여 존재하는 희망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포괄적 체육시설인프라를 확충해 나감으로써 의료적 재활체육과 생활체육은 물론 한층 나아가 적극적인 스포츠 활동으로의 변화를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왜냐하면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장애를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가’의 문제에 따라 장애를 더 많이 느낄 수도 있고 거의 느끼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법과 제도에서는 장애인체육이 발전했다고 하지만, 아직도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그런 법과 제도가 선언적 의미, 보여주기 위한 행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입증해주는 것으로 실제 장애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정책과 실천적 자세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생명의 빛을 간절히 기다리는 이들에게 이를 수 있는 것이어야 하며, 50년 동안 손과 발이 되어 20세기 최대 기적의 주인공을 만들어낸 설리반 선생님이 실천한 사랑과 같은 것이어야 한다.

세상을 향한 소리 없는 외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호흡할 수 있는 한줄기 빛으로 이르러 그들 안에 있는 기적들을 일궈낼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