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마을

옥매미

2006-07-28     충청타임즈 기자

낮 동안 나무 그늘 속에서 매미가 울 적엔
밤이 되어도 잠이 얇다

나는 밤의 평상에 누워 먼 길 가는 별을 보고 있다
검게 옻칠한 관 속을 한 빛이 흐른다
빛에도 객수(客愁)가 있다
움직이는 빛 사이를 흐르며 나는
목숨이 다하면 가 머무르는 중음(中陰)을 생각하느니
이생과 내생 그 사이를 왜 습한 그늘이라 했을까
매미는 그늘 속을 흐르다 나무 그늘로 돌아온 목숨
매미는 누굴 찾아 헤매어 이 여름을 우나

죽은 이의 검고 굳은 혀 위에 손톱만 한
옥매미를 올려주는 풍습이 저 고대에 있었다
슬픈 상징이 있었다

'소월시문학상작품집'(문학사상)중에서

<<김병기 시인의 감상노트>


동네방네 확성기를 틀어놓고 매미가 자지러지게 운다. 깊은 잠에서 깨어난 자의 몸에는 상처 같은 전생을 읽는 코드가 있다는 듯이, 나무를 흔들어 깨운다. 매미가 건너온 다리 저 너머에 있는 나라가 순간 궁금해진다. 이런저런 생각이 울렁이던 날에는, 밤의 얇은 잠에 뒤척이며 다음 생을 들여다본다. 중음(中陰)이라는 절대의 그늘에서 나무그늘로 옮겨온 매미의 구도(求道) 송가를 듣는다. 죽은 사람의 혀에 놓인다는 옥매미가 환생하여 생명의 세상에 초록이 물든다. 날개가 투명한 나도 옥매미가 울어 탄생한 매미의 서족이다. 내가 초록 그늘에 들면 가끔 우는 것도 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