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피서문화

2006-07-20     충청타임즈 기자
장마가 끝나는 다음주부터는 본격적인 무더위와 함께 여름휴가가 시작된다.

전국의 유명한 산과 바다로 시원함을 찾아 출발을 계획하고 있겠지만 정겨운 고향 농촌에서 휴가를 보내면 어떨까 권해보고 싶다.

해마다 여름휴가 때가 되면 찌는듯한 무더위를 피해 피서지를 찾는 사람들의 고행이 시작된다.

고속도로·국도 할것없이 피서채비를 한 여행객들의 자동차가 줄을 지어 늘어서 움직일 줄 모르고 터미널이나 기차역은 어딘가를 향해 떠나고 도착하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두 달 전에 이미 예약이 끝났다는 숙박시설은 몰려든 피서객들로 초만원이다.

만성적인 교통체증에다 피서객들을 기다리고 있는 각종 바가지요금으로 인해 쉬러왔다는 사람들은 머지않아 자신들의 피서가 아닌 고생길을 떠났다는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흔히들 여름철마다 겪게되는 이런 피서를 일러 '떠나면 고생'이라고 한다.

자연도 좋지만 계곡마다 관광지마다 발디딜 틈없이 몰려든 사람들에 치어 차라리 집에서 찬물에 발담그고 시원한 수박을 깨먹는 편이 훨씬 낫지 않은가 후회를 한다.

오랜시간 직장과 과다한 업무, 가사노동에 지친 어른들과 공부만을 강요당하며 책상에 붙어앉아 살아야하는 아이들이 더위를 피해 자연을 찾아 심신을 쉬고 정신을 맑게하는 여유를 가져보는 것은 좋은 일이다.

옛 어른들은 아름드리 나무가 서있는 마을어귀 그늘에 모여앉아 장기를 두는 것이 훌륭한 피서였다.

개울물에 발을 담그고 흐르는 물속에 담가두었던 수박을 한쪽 베어물면 가슴속까지 시원해졌다. 그때 우리에게는 요란한 피서채비도 필요치 않았다.

지금 우리의 여름은 어떤가. 우리의 피서문화를 동아보면 피서객, 상인들, 모두가 반성하고 다시 생각해야할 문제들이 많다.

자신의 부를 자랑하러 피서떠나는 사람들처럼 고급승용차에 갖가지 장비를 하고 호화로운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땀흘려 일하고 농사짓기에 바쁜 농민들의 마을을 휘젓고 다니며 자신만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나만 만족하고 즐거우면 된다는 쾌락주의는 과다한 노출, 무분별한 유흥 일변도 피서문화의 일면을 조장하고 급기야는 내돈 내가 쓰며 즐기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극단적인 이기주의로 표출된다.

소리내어 마시고, 노래부르고 떠들썩한 음악을 틀어놓고 논밭 가운데서 춤을 추고 논다.

여기저기 마구 버린 쓰레기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선량한 서민들의 알뜰피서가 이런사람들의 파렴치한 행위로 인해 울상을 짓는다.

자신의 부를 남에게 과시하기 위한 피서문화는 우리의 정신을 병들게하고 이웃간에 위화감과 이질감을 조성하게 되는 것이다.

검소하고 절약하는 생활습관을 피서문화 속에도 정착시켜야겠다.

피서는 무더위를 피해 심신을 쉬자는 것이지 먹고, 놀면서 과시하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피서문화속에도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함께 사는 정신을 정착시키고 알뜰하고 건전한 기풍이 자리잡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