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인형뽑기에 성인용품 '우르르'

청주 일부기계 경품 학생들도 버젓이 이용

2012-07-11     송근섭 기자
단속기관 뒷짐·학부모 속앓이… 대책 시급

◇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에 거주하는 김모씨(43·여)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학원을 마친 아들을 마중 나간 김씨는 한 상가 앞에서 일명 '뽑기기계(크레인 게임기)'에 열중하고 있는 아들을 발견했다. 가벼운 꾸중이라도 하려고 아들 뒤로 조용히 다가간 김씨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경품 뽑기에 성공한 아들 손에 들려 있던 것은 다름 아닌 성인용품 이었다.

청주시내 곳곳에 설치된 뽑기기계 중 일부에 성인용품 등 음란물이 버젓이 경품으로 내걸려 있어 단속이 요구된다.

특히 유흥가 뿐만 아니라 주택가, 학교 인근에도 무분별하게 설치돼 있어 행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11일 오후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의 한 유흥가. 대다수 술집의 문은 굳게 닫혀 있고 일부 식당, 편의점 등만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 거리에는 학원도 밀집해 있어 오후시간에는 책가방을 멘 학생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교 중이거나 학원으로 향하는 학생들이 지나는 길에 휘황찬란한 LED 조명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뽑기기계가 여러 대 자리잡고 있다.

이 중 한 기계를 자세히 살펴보니 다양한 경품 사이에 여성의 나체 등 낯뜨거운 사진이 새겨진 성인용품이 여러 개 눈에 띄었다.

해당 경품에는 외설적인 문구도 새겨져 있어 기계를 이용하는 청소년들이 그릇된 호기심을 가질 우려도 크다.

이 기계는 1회에 1000원을 넣고 긴 봉을 조작해 경품을 밀어내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초등학생도 어렵지 않게 이용할 수 있다.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는 경품이 담겨 있음에도 관리자 연락처는 기재돼 있지 않고, 오히려 '본 기계는 점포와 무관하므로 고장시 관리자에게 연락 바랍니다'라는 무책임한 안내사항만 있다.

자녀들에게 악영향을 줄 것을 우려한 학부모들은 문의할 곳조차 없다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뽑기기계 설치시 2대 이하는 의무신고 대상이 아니어서 경찰이나 각 구청은 정확한 대수·내용물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사행성 조장·음란물 제공 등을 단속해야 할 관계기관조차 인원·단속근거 부족 등을 이유로 뒷짐을 진 사이 유해 우려가 있는 뽑기기계는 독버섯처럼 빠르게 퍼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실상 모든 기계를 점검·단속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며 "시민의 신고나 제보가 접수되면 법리검토를 통해 단속과 처벌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