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팝나무

시 읽는 세상

2012-05-16     연지민 기자

반기룡

조팝나무를
보면 밥이 고프다

허리가 휘청거리듯
잔뜩 나무를 싣고
집으로 돌아오면
허기가 허리끈을 당기고

눈알이 핑핑 돌지만
고봉밥 한 그릇이면
금세 생기가 나고
다리가 듬직해진다

"밥이 보약여"
하시던 아버지의 말씀이 떠오른다
"얘야 밥 많이 먹고 힘쓰거라"
하시던 어머니의 목소리도 낭랑히 들리는 듯하다

힘줄이 툭툭 솟고 알토란같은 근육은
고봉밥 덕분인가 보다

산자락에 서 있는
조팝나무가 고봉밥처럼 환하다

찔레꽃하면 왠지 배고팠던 가난이 생각납니다. 찔레순으로 허기진 배를 채워야 했던 기억이 전설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요즘 길가에는 조팝나무가 한창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휘어진 줄기마다 다닥다닥 흰꽃을 매단 것이 복실강아지 꼬리같습니다. 하지만 가난의 눈으로 보면 조팝꽃도 고봉으로 올라온 흰 쌀밥처럼 보입니다. 기억 저편, 허기진 한 때가 환하게 피어나 전설이 되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