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庫間)이 거덜난다

데스크의 주장

2012-04-24     남경훈 기자
남경훈 취재1팀장(부국장)

일본 나가노현의 모타키무라는 지난 2008년 두 번째로 파산한 지방자치단체란 불명예를 안고 있다. 이 마을은 산악지대에 위치한 관광휴양도시로 파산 원인은 스키장 리조트 건설이다. 주변 지역에 스키장 리조트가 동시에 여러 곳 생겨나고 경기침체가 겹치면서 해외관광객 유치가 실패로 돌아갔고 지방채 이자가 불어나 파산에 이르렀다.

그러면서 벌어진 일은 2년간에 걸쳐 상수도요금 20% 인상, 하수도요금 30% 인상, 공영주택 임대료 30% 인상. 공무원 20% 감축, 지방자치단체 의원 보수 40% 감축이다. 그러자 주민들이 못살겠다며 마을을 떠나 주민 수가 13분의 1로 줄어들었다. 일본에서 이처럼 파산선고를 받고 빚 갚기에 허덕이는 지자체가 40여곳이나 된다.

민선 지자체장들이 일을 한지 18년째를 맞고 있는 우리나라도 이런 우려가 팽배하다.

경기도 성남시는 호화청사 건축에 3220억원을 퍼붓고 부도를 선언했다.

인천광역시는 지난달 공무원 수당을 제때 못 주었고 이달부터 산하 공무원의 수당을 평균 22.6% 삭감했다. 시장의 직급보조비, 장기근무자 해외시찰 경비를 전액 삭감하고 올해 사회단체 보조금 18억원도 10% 삭감할 방침이다. 인천시 부채는 지난해 말 현재 2조7401억원이다. 인천도시공사 등 산하 공기업부채를 합하면 8조8700억원에 달한다. 예산 대비 부채(負債) 비율 38.7%로 전국 광역시 중 가장 높다. 원인은 송도·청라·영종도, 검단 개발까지 진행했으나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분양된 사례가 없고 840억원을 투자한 은하철도(월미도 순환관광열차)는 운행도 못한 채 고철 덩어리로 변해가는 등 투자 실패가 원인이다.

경기도 연천군의 백학산업단지는 준공된지 8개월이 지났지만 유치 목표는 63곳인데 가동 중인 공장은 3곳뿐이다.

경기도 시흥시는 군자지구에 배곧신도시를 개발하려고 개발에 5600억원을 쏟아부어 빚이 예산의 40%까지 상승해 있다. 실패하면 역시 거덜난다. 강원도 태백시는 오투리조트 건설에 1460억원을 빚지고 날마다 빚독촉을 받고 있다. 빚이 예산의 절반이 넘는다. 대전광역시 동구도 인건비가 부족해 특별재정보조금을 받았다.

충북도 안심할 수 없다.

대구와 인천을 포함해 경남 충남 부산 강원 충북 전남 등 8곳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염려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매일경제신문이 이들 광역자치단체에 대한 채무잔액지수(전체 예산에서 빚이 차지하는 비중)를 분석한 결과 이들 8곳이 40%를 넘어섰다. 충북은 2004년 19.55%에서 2010년에는 46.66%로 전북 전남 경남 다음으로 급증했다. 이는 전시성, 치적성 사업이 다분하고 지역의 토호 기득권층 중심의 사업 편성이 주 요인이다. 물론 이런 문제를 지자체만 탓할 것이 아니다.

중앙정부의 무분별한 복지정책도 한몫을 하고 있다. 영유아 무상보육만 따져보자. 정부는 지난 3월부터 0~2세 전 계층에게 보육료를 지원하고 5세 누리과정 시행에 돌입했다. 만 0~2세와 5세 전 계층에 보육료를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자체들은 재정바닥으로 8~9월이면 중단해야할 저치다. 이유는 당초 국회에서 예산을 편성하면서 신규 보육수요자를 반영하지 않았고, 지방정부 부담을 50%로 해놓으면서 가뜩이나 재정난 속에 추가 복지사업에 허리가 휠 지경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내년부터 3~4세에 대해서도 누리과정을 시행해 전 계층에 보육료를 지원하는 등 무상보육 정책을 본격화 하겠다는 계획이어서 지자체들은 한숨만 내쉬는 형편이다.

무리한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하거나 선심성 복지정책 남발로 지자체 곳간(庫間)은 거덜나고 주민들에게는 세금폭탄만 돌아올 것이 뻔하다. 지방재정의 건전성 확보 시급히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