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라대왕의 말씀

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2012-02-12     허세강 <수필가>
허세강 <수필가>

어느 날 젊은이 세 명이 차를 운전하며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모두 하늘나라로 가게 되었다.

천국에서 이들을 맞은 염라대왕은 한창 일하며 살 나이에 너무 안 됐다며 매우 애석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이들의 소원을 한 가지씩 들어주기로 하고 차례로 불러 자신의 소원을 말하도록 하였다.

첫 번째 청년은 "저는 막강한 권력을 갖은 자로 태어나 무소불위의 힘으로 다른 사람들 앞에서 큰소리 뻥뻥치며 살아가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염라대왕은 그래 그렇다면 너를 국회의원으로 태어나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두 번째 젊은이가 말했다. "저는 엄청난 부자가 되어 돈을 흥청망청 쓰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이에 염라대왕은 그래 그렇다면 너를 재벌의 아들로 태어나게 해 주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청년이 찾아왔다. 염라대왕이 물었다. "너의 소원은 무엇이냐" "예! 저는 권력도 명예도 돈도 다 필요 없습니다.

지금의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아무 근심 걱정 없이 편하게 살고 싶을 뿐입니다." 이 말을 들은 염라대왕은 청년에게 호통을 쳤다. "예끼 이놈아! 그런 자리 있으면 내가 가지 뭐하러 이런 골치 아픈 자리에 앉아 있겠느냐"

엊그제 부부 동반의 모임이 있어 참석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사람 사는 이야기가 그칠 줄 몰랐다.

더러는 살기 힘들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친구부인이 말했다. 우리 회원 중에 그래도 근심 걱정 없이 살고있는 가족은 용재네 뿐이라고 하였다.

나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

그렇다 할 수도 없고 아니라 해도 믿지 않을 것 같아 그렇다면 "그렇겠지" 하며 씨익 웃고 말았다. 말을 안해 그렇지 그 사람의 면면을 뜯어보면 걱정없는 집안 없고, 근심 없는 사람 없다. 단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따름이다.

그래서 불가에서는 사는 것을 생즉고(生卽苦)라고 한다. 사는 것 자체가 고통의 연속 일 수밖에 없다.

근심도 걱정도 없는 곳은 저 彼岸의 세상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곳은 산 사람이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이 세상만사는 마음먹기에 달렸다.

슬프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슬프고, 괴롭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괴로울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들의 인생사이다. 생활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그대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머지않아 기쁨의 날 오리니.

그날이 내일 올지 아니면 10년 후에 올지는 알 수 없지만 그날을 기대하며 오늘의 고통을 참고 견디며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

염라대왕의 말씀처럼 이 세상 어디에도 내가 꿈꾸는 좋은 일터, 좋은 자리, 좋은 사람만이 있는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곳은 오직 한 번 가면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피안(彼岸)의 세상에 있을 수 있다.

당신은 지금 이 순간이 힘들다고 이승을 버리고 기꺼이 그곳으로 가시겠습니까 하소리 뒷산을 가기 위해 아파트를 나와 대승사 뜨락을 지나는데 아침예불을 올리는 스님의 독경소리가 은은히 나의 귓전을 울린다.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제사바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