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生의 한가운데

2012-01-10     심억수 <시인>
심억수 <시인>

친구야! 임진년 새해가 밝았다. 60년 만에 맞이하는 흑룡의 해라고,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의미를 부여하며 꼭 좋은 일만 일어날 것 같다고 하는 새해다.

늘 상 뜨고 지는 해를 보면서 살아온 오늘이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데, 사람들은 새해 첫날은 새로운 마음가짐을 한다. 나 또한 새해를 맞아 뒤돌아보니 내가 만난 새해도 참으로 많았다. 그동안 새해에 늘 소망하는 마음으로 한해를 시작했는데, 이제는 소망보다는 참회가 깊어진다.

새해가 되니 새삼 나에게 힘이 되어 주고 있는 친구들이 생각난다. 우리 친구 중에는 잘된 친구들도 있지만, 오랜 시간 몸담았던 직장에서 밀려나 허망한 나날을 보내는 친구도 있고, 병마와 긴 싸움에 힘들어하는 친구도 있고, 세상을 뒤로하고 먼 길을 떠난 친구도 있구나. 친구란 무엇일까? 하고 이제야 친구에 대한 의미를 깊이 생각해본다.

친구야! 너와 함께 보았던 롭라이너 감독의 '버킷리스트'라는 영화가 생각나는구나. 노배우 잭니콜스와 모건프리먼의 안정된 연기에 고개를 끄덕이던 너의 모습을 떠올린다. 두 사람은 삶의 끝자락에서 만나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들을 적었다. 그리고 실행에 옮길 때마다 하나씩 지우면서 삶을 정리해 나가는 모습은 안쓰럽기도 하면서 즐겁기도 했다.

우리가 그들처럼 비싼 돈을 들여 여행하면서 스카이다이빙을 즐기거나 에베레스트 산을 오를 수는 없지만 말이다. 모르는 사람을 도와주고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뽀뽀하기 정도는 실행해도 좋을 것 같다. 그들은 깊은 우정으로 서로 인생에 참된 기쁨을 찾아주는 아름다운 친구였다고 생각한다.

친구야! 우리 인생에 그런 친구 하나 가지게 된다면 행복할 것 같다. 그래서 나도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보려고 한다. 죽기 직전에 꼭 리스트를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의 삶에 변화를 위해 리스트를 만들어 실행하면서 산다면 후회 없는 삶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우선 내가 실행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여 더하거나 빼면서 내 삶을 즐겁게 살 수 있다면 어떨까? 그래서 생각나는 대로 새해부터 실천해야겠다는 나의 버킷리스트를 적어 본다.

△일찍 일어나기 △하루를 감사한 마음으로 살기 △하루 1시간씩 운동하기 △하루에 30분 정도는 책 읽기 △하루 한번 아내에게 사랑한다 말하기 △하루에 한 번 옆에 있는 사람 칭찬하기 △한달에 한 번은 가족과 함께 여가시간 갖기 △한달에 한 번은 지인들에게 안부전화하기 △1년에 한번은 모르는 사람 도움주기 △경제 관리를 잘하여 노후 대책을 준비하기.

친구야! 해마다 새로운 마음을 다짐해보았지만, 그 마음가짐을 행동으로 옮기기가 쉽지는 않더구나. 올해는 작심삼일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 보련다. 우리가 함께한 세월이 참으로 많이 흘렀구나! 나이가 들수록 자꾸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 하기야 사람은 누구나 외로운 존재 인줄은 알지만 이제야 절실히 느낄 수 있는 나이가 되었나 보다.

인도의 말에 "친구란 자기의 슬픔을 지고 가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친구란 우리의 슬픔과 기쁨을 함께 지고 가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추억을 함께 공유한 너는 나에게 그냥 옆에만 있어도 좋은 사람이다. 그리고 늘 나를 걱정해주고 이해해 주어 고맙다.

친구야! 앞으로도 진정으로 마음을 다하는 그런 친구로 오래오래 삶의 여정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 새해에는 소망하는 일들이 승천하는 흑룡의 기개로 이루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