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궁보무사 <28>
5. 궁보의 적들
2006-05-01 충청타임즈
바로 그때 앞에 있던 조그마한 것이 그의 오줌발을 정통으로 얻어맞고는 어둠 속으로 후다닥 도망쳐가는 것이 보여졌다.
어, 어라? 쥐인가. 그러나 쥐 치고는 덩치가 너무 컸다.
그럼 강아지? 아, 그렇다. 강아지일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강아지가 왜 사람이 소변보는 걸 몰래 엿보다가 별안간 달아나버리나.
궁보가 지금 곰곰이 다시 생각을 해보니 어젯밤에 나타났던 강아지 크기만한 것과 조금 전에 달아났던 성주의 딸 모습이 어쩐지 느낌상으로 비슷한 것만 같았다.
그렇다면 성주딸 부용아씨가 어젯밤에도 몰래 와서 내 그것을 쳐다보고 갔다는 건가.
으음, 참말로 희한하네. 그게 뭘 볼 게 있다고…….
궁보는 몹시 불쾌하긴 했지만, 그러나 이미 보여주고 난 이상 어쩔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지나간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어쨌거나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내가 각별히 조심을 하도록 해야지. 으음음…….’
궁보는 이런 생각을 하며 뭔가 각오를 다지는 듯 좌우 어금니를 꽉 다물어보았다.
한편, 월곡 사부와 옥산 사부는 점심 먹는 것도 잊은 채 머리를 서로 맞대어가며 궁리에 궁리를 거듭해 보았다. 물론, 커다란 궁보를 아주 꼼짝 못하게 기를 꺾어놓을 방법들을 생각해 보는 것이었다.
“놈에겐 도저히 힘으로는 상대할 수 없겠고……. 아, 이건 어떻겠소?”
갑자기 옥산이 기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물었다.
월곡이 두 눈을 껌뻑거리며 대답대신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놈은 키가 크고 힘이 엄청나게 세긴 하지만 제대로 할 수 없는 것들이 있을 것이요. 이를테면 창던지기나 활쏘기 같은 것 말이요.”
옥산의 말에 월곡은 가볍게 웃음을 띠운 채 고개를 설래설래 흔들고는 이렇게 말했다.
“후후후……. 그건 안 될 말이요. 내 이곳에 오기 전에 놈과 함께 창던지기를 해봤다오. 그런데 생전 처음으로 창을 잡아본 놈이 나보다 훨씬 더 멀리 던지지 않겠소. 게다가 돌멩이를 던져서 맞추는 솜씨 또한 대단하다는 걸 내 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소이다.”
“그럼, 활도 쏘아봤다는 얘기요?”
“아니, 아직 활을 쏴보게 하지는 않았지만, 어째 내 예감으로는 활 또한 제법 쏠 것 같소이다.”
월곡이 한숨을 길게 몰아내 쉬며 이렇게 다시 대답했다.
“그럼, 도대체 우리가 뭘 가지고서 놈의 기를 팍 꺾어놓을 수 있단 말이요?”
옥산이 약간 짜증스러운 말투로 이렇게 물었다.
바로 이때, 검은 그림자가 그들 앞으로 쫙 드리워지더니 곧이어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하하! 놈을 꼼짝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내가 알려드릴까.”
월곡과 옥산은 깜짝 놀라 고개를 얼른 쳐들었다.
월곡과 옥산은 궁보를 꺾을 방법을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