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 마을
달이
2006-06-09 노창선 기자
하얀 달이
말없이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다
둥그렇게 뜬 달이
젖은 풀포기를 쓰다듬고 있다
빈 병들이 풀섶에 누워서
말없이 올려다보는 달
세상에서는 아직도
많은 이들이 빈 병처럼 배가 고프다
시집 ‘오월의 숲에 와서’(문학과경계사) 중에서
<감상노트>
달과 빈 병 사이에서 푸른 고요가 숨을 쉰다.달은 젖은 풀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달빛이 풀빛이 되는 건, 같은 밥상에 앉아 있기 때문이다.
달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면 수심이 둥글게 팽창되어 있다.
더 이상은 못 보겠다는 어머니의 조바심 같은 것이 물든다.
왜, 세상은 아직도 아프기만 한 것인가. 그 마음을 말없이 올려보는 빈 병이 누워 배부름을 꿈꾼다.
왜 이 세상은 가도 가도 허기진 벌판인가. 그대는 늘 나에게 아픔을 퍼다 주고 남처럼 돌아서는가. 그대는 왜 내가 아니고 너인가. 사람의 틈에서 피어나는 꽃 한 송이 오랫동안 쳐다보며 웃고 싶다.
그대가 나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