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사

시 읽는 세상

2011-08-17     연지민 <교육문화부장>

- 정호승 -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살면서 울고 싶은 날이 왜 없을까. 버거운 일상이 발목을 잡을 때마다 세상사 잠시 내려놓고 펑펑 울고 싶은 게 사람이다. 나이가 들었다고 울고 싶은 마음이 왜 없으랴. 오히려 울고 싶은 날이 많아지는 게 어른이다. 아파도 슬퍼도 묵묵히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이여,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자. 선암사가 아닌들 어떠랴. 발길따라 눈길따라 걷다 눈에 익은 등 굽은 소나무라도 만나거든 왈칵, 지나온 설움을 토해내며 통곡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