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平昌)'과 '헬리오스(Helios)'

데스크의 주장

2011-07-10     남경훈 <편집부국장>
남경훈 <편집부국장>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성공의 환희가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

평창, 강원도, 대한민국은 2011년 7월 7일 새로운 지평을 여는 새벽을 감격과 흥분 속에서 맞았다. 일부에서는 수십조원의 경제효과를 말하기도 하고 쾌거의 주역들에 대한 '공로담'이 쏟아져 나온다. '예스, 평창'을 앞장서 이끌어 낸 유치위 관계자들, 나름 배수진의 각오로 국가적 이벤트를 성사시키는 데에 물심양면 노력을 아끼지 않은 정·관계 및 재계 인사들, 이름없는 시민들 모두가 주역들이다.

그중에서도 스포츠 마케팅 에이전시인 '헬리오스 파트너스(Helios Partners)'에 눈길이 간다.

독일 뮌헨, 프랑스 안시와 치열한 경합을 벌이며 평창은 삼수도전 끝에 동계올림픽 유치를 따냈다. 미 애틀랜타 주에 기반한 헬리오스는 2009년 중반 이번 사업에 참여해 한국이 세계적인 규모의 동계올림픽 행사를 한반도에서 개최하기까지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다.

이번 대회 유치 입찰과 관련한 전반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개발했고, 방대한 올림픽 게임 전문가 네트워크를 관리했으며, 최종 유치획득을 위해 모든 노하우를 쏟아부었다.

특히 '새로운 지평'(New Horizons)이라는 슬로건을 만들고, 프레젠테이션을 관리하며, 전반적인 전략적 자문을 제공하며 유치 확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슬로건 '새로운 지평'은 새로운 무대, 새로운 세대, 새로운 가능성을 담았다. 새로운 지평이라는 메시지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콘셉트에 잘 부합했고, 올림픽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커다란 가치를 부여했다. 이외에 올림픽 역사상 가장 진보적이고 컴팩트한 올림픽을 홍보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의 강원도를 세계 일류급 동계 스포츠 훈련·경기·관광 장소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헬리오스는 2018 러시아 피파 월드컵 유치, 2013 카잔 유니버시아드,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등 다수의 주요 행사의 성사를 도모하며 세계적인 스포츠 마케팅 리더로 자리잡았다.

또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하계 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골프를 채택하기로 결정하는 데도 헬리오스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애틀랜타, 베이징, 런던, 파리에 사무소를 둔 헬리오스는 다양한 글로벌 법인 후원사, 스포츠 재산권 소유자, 주요 국제 스포츠 이벤트 개최도시, 국가에 다양한 스포츠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마디로 세계적 넘버 원 스포츠 기획사인 셈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헬리오스는 두 번이나 물을 먹인 적(敵)이었다.

그럼에도 지난 2009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으로 취임해 "우리의 단점을 제일 잘 아는 곳을 우리편으로 만들어야 승산이 있다. 무조건 헬리오스 파트너스를 잡아야 한다. 그러면 평창의 개최지 선정은 반은 따놓은 거다."라고 말했다. 역발상 용병술이 돋보이는 대목이었다.

결국 우리의 단점을 드러내지 않는 법은 바로 과거의 가장 강력한 '적'을 우리편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이후 헬리오스 파트너스가 자체적으로 갖고 있던 평창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고는 "우리보다도 우리를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아 크게 놀랐다"는 것이 유치위 관계자들의 말이다. 스포츠 마케팅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지피지기(知彼知己) 경영이 몸에 밴 최고경영자가 승리를 거두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