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마을

공원에서

2006-05-25     박일

텅 빈 공원

아이 혼자서 공을 찬다.
골키퍼가 없어도 골문을 비켜

낯선 할머니 곁으로 굴러가는

아이의 마음

 

갈수록 골문은 열리지 않고

빵고물 남은 비닐봉지에

기진한 오후가 담긴다.

골문 안으로 노을이 빨려들 무렵

아이의 마음을

꼬옥 안아주는 할머니

 

플라타너스 잎사귀 하나

가족처럼 끼어 든다.

서둘러 켜진 가로등

익숙하게 어둠을 밀어내던

그들의 환한 등.

 

<필자약력>

시마을 동인시마을

시부문 최우수작가(2회)2006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봄호 신인상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