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지신(尾生之信)과 이 대통령
기자수첩
2011-02-06 석재동 기자
굳게 신의를 지키는 것을 일컫기도 하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어리석고 지나치게 정직함을 말할 때 자주 인용된다. 이 대통령은 신년대담에서 자신의 2007년 대선 당시 충청권 대표공약 중 하나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권입지를 철회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충청권민심이 들끓고 있다.
충청권에서는 '제2의 세종시사태가 터졌다"며 민심이 싸늘해지고 있다. 그러자 청와대는 충청권에 무게중심을 둔 발언을 하든, 그렇지 않든 둘 다 논란을 야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원론적 발언이 불가피했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충청민의 의심의 눈초리는 더욱 매서워지고 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 대통령의 또다른 충청권 대표공약인 세종시가 수정안 파동을 겪었고, 오송 단독지정이 유력했던 첨단의료복합단지가 대구·경북에 복수지정되는 현실에서 충청민들은 충분한 학습효과를 얻었다.
그래서 이 대통령의 발언이 공약파기로 의심받는 것이다 공약이행이 아니라 '형님벨트'를 만드는 것 아니냐고. 대구·경북이 원하는 정책은 그것이 상호충돌을 일으키든 말든, 모두 수용하는 것 아니냐고.
수천년전 어리석은 범부(凡夫)로서 현대인들에게 기억되는 미생 2011년 대한민국에서만큼은 새롭게 조명받는 인물이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도 본받아야 할 어떠한 악조건 속에서도 약속을 지킨 약속의 화신 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