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바로 저 사람이다

2006-05-16     충청타임즈
   
▲ 김훈일 주임신부 청주교구 초중성당
가톨릭교회는 1세기에서부터 8세기에 걸쳐 초대교회의 탄생과 발전, 그리고 생활, 저작과 사고에 큰 영향을 끼친 위대한 스승들을 교부(敎父)라고 부른다.

이들이 전해준 가르침을 신앙의 전통으로 삼고 있으며, 또 존경하고 있다.

이 초세기의 교부들 가운데 위대한 가르침과 삶을 보여준 성예르니모, 성암브로시오, 성아우구스티노, 성그레고리오는 라틴(서방)교회의 전통적인 4대 교부로 꼽히는 인물들이다.

이 성인들 중 성암브로시오는, 독특한 이력이 있다.

339년 현재 독일 서쪽 도시인 트리어에서 출생한 암브로시오는 갈리아의 지방장관으로 재직하던 부친의 별세 후 어머니와 함께 로마로 들어간다.

그는 로마에서 형 사티로와 함께 귀족 가문의 자제들이 공부하는 학교에서 훌륭한 교육을 받고, 일찍 관직생활에 들어가 밀라노시의 집정관이 된다.

즉 갓 서른을 넘긴 나이에 고위 관료가 된 것이다.

당시 밀라노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을 부인하던 아리우스주의 이단의 아욱센시오 주교가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그가 죽은 후에 후임주교를 뽑는 과정에서 큰 혼란이 일어난다.

교회는 반아리우스파와 친아리우스파로 갈라져서 극심한 대립을 한다.

서로 자신들 쪽의 사람을 주교로 선출하기 위해서 선거도 거부하며 서로를 공격한다.

대립은 폭동의 양상으로 치달아 갔으며, 결국 암브로시오는 집정관으로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 개입하게 된다.

암브로시오는 광장에 모여 있던 신자들을 향해서 평화적 방법과 대화를 통한 화해를 추구하자고 연설을 한다.

바로 이때 한 아이가 외친다.

“바로 저 사람이다.

암브로시오를 주교로 뽑자.” 양측의 신자들은 이 아이의 외침을 듣고 무엇에 홀린 듯이 암브로시오를 주교로 선출하는데 동의하고, 암브로시오를 주교로 선출하자고 함께 외치게 된다.

그러나 커다란 문제가 있었다.

암브로시오는 세례를 받지 않은 예비자였으며, 그 자신도 생각해 보지도 못했고, 어떤 자리인지도 알지 못하는 주교직을 수락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시민들의 요구와 황제 발렌티니아노 1세의 승낙으로 암브로시오는 세례를 받자마자 주교로 선출된다.

그는 자신의 명예와 출세도 포기하고 재산을 가난한 이들에게 헌사하고 주교직을 수락한 것이다.

이 어설픈 암브로시오 주교는 하느님의 섭리로 갈라진 신자들을 화해시키고 많은 저서를 통해서 정통교리를 수호하는 위대한 주교로 성장했으며, 가톨릭 교회의 위대한 성인 중의 하나인 성 아우구스티노의 스승이 되기도 한다.

한 사회의 리더를 뽑는 일은 굉장히 중요한다.

이 선출된 사람이 어떠한 마음과 자세로 봉사하는가에 따라서 한 지역의 미래가 열린다.

이번 5·31 지방선거에서도 현명한 선택이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한 인간의 됨됨이와 그의 능력과 자질을 보기보다 아직도 자신의 이해관계와 당리당략에 좌우되는 선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어떤 후보자가 그동안 지역과 사회를 위해서 어떠한 봉사했는지가 중요하지 않고, 어떤 당에 후보로 선출되었는가 또는 어떤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가 하는 것이 당락의 중요한 조건이 되고 있다.

다행히도 예전처럼 돈과 선심성 공약이 판을 치는 못된 관행이 어느 정도 사라져 다행이기는 하다.

성 암브로시오를 주교로 선출하자는 한 아이의 외침처럼 순수하고 진실한 마음을 가진 많은 유권자들이 승리하는 선거가 되었으면 한다.

자신의 출세와 명예욕에 사로잡힌 사람 그래서 당선되면 거만한 사람이 아니라 성 암브로시오처럼 자신의 재산까지도 사회에 헌사하고 명예보다는 시민들의 안녕을 위해서 헌신할 수 있는 단체장이 선출되었으면 좋겠다.

특별히 갈라진 사회를 통합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적 비전을 가진 후보가 당선되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거를 하는 후보자보다 유권자의 자세가 필요하다.

어떤 후보가 어떤 자세와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우리도 발로 뛰어 알아봐야 한다.

그것이 유권자가 승리하는 선거이며, 훌륭한 지도자를 뽑는 길이다.

△필자약력=대전카톨릭대학졸업·사제서품(2002),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북한학부 졸업(2006), 現 초중성당 주임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