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무효 비례대표 승계 금지 '위헌'
헌재 "대의제 민주주의 원리에 어긋나"
2009-06-25 충청타임즈
비례대표 국회의원 및 지방의원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해 당선 무효형을 받은 경우 후순위 비례대표 후보가 국회의원직을 승계할 수 없도록 규정한 공직선거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25일 충남 논산시의원 비례대표 후보자였던 A씨가 "공직선거법 200조 2항 단서 조항은 국민주권의 원리를 왜곡하고 헌법상 비례의 원칙 등에 위배된다"며 낸 헌법소원에 대해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공직선거법 200조 2항은 비례대표 국회의원 및 지방의원 당선인이 선거범죄로 인해 당선무효형을 받거나 정당이 해산된 때 또는 임기만료일 전 180일 이내에 결원이 생긴 때에는 비례대표직을 승계하지 못하도록 하는 단서 조항을 두고 있다.
재판부는 "해당 조항 중 '비례대표 지방의원 당선인이 선거범죄로 인해 당선무효형을 받은 때' 부분은 대의제 민주주의의 원리 및 자기책임의 원리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결원된 의원이 소속한 정당 및 차순위 후보자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는 등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해당 조항은 특정 정당에 비례대표 지방의회 의석을 할당받도록 한 선거권자들의 정치적 의사 표명을 무시하고 왜곡하는 결과를 낳고, 117개 지방의회의 비례대표 의원 정수가 1명에 불과해 의석승계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비례대표선거제를 둔 취지가 퇴색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강국 재판관은 "해당 조항은 선거범죄로 인해 왜곡된 선거인들의 선거의사를 바로 잡기 위한 것이므로 대의제 민주주의 원리에 반하는 것이라 할 수 없고, 정당의 책임을 강조해 선거부정을 방지하고자 하는 입법자의 재량에 따른 것"이라며 합헌 의견을 냈으나 소수에 그쳤다.
2006년 5·31 지방선거 때 시의원 비례대표 2순위 후보였던 A씨는 1순위 당선자가 허위학력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당선무효형이 확정됐다는 이유로 비례대표 의원직을 승계하지 못하자 헌법소원을 냈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청구인이 비례대표 지방의원 후보였던 관계로 지방의원의 경우에만 위헌이라는 단서를 붙이기는 했지만, 같은 이유로 비례대표 국회의원직을 승계하지 못한 친박연대 등이 헌법소원을 제기할 경우 이들의 주장이 수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