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척
백목련
2008-11-05 충청타임즈
수업시간이었다. 잠자리가 교실 안에 들어온 것을 모르고 창문을 닫았다. 날아갈 곳을 잃은 잠자리가 창문에 부딛치기를 몇 번. 안타깝게 쳐다보던 영준이가 뛰어갔다.
창문을 모두 열었다. 그리고 잠자리를 창문 쪽으로 보내기 위해 팔을 높이 휘저었다. 순간 잠자리가 뚝! 떨어졌다.
"선생님, 잠자리가 죽었어요."
영준이가 소리쳤다. 가까이 가지 않아도 죽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른 나뭇잎처럼 생기없는 모습은 박제 같았다.
아이들이 우루루 몰려갔다.
"죽었어.", "아냐!", "죽었다니까"
아이들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잠자리가 두 마리였나보다. 창문을 열어 놨으니 날아갈 거야. 모두 자리에 앉아요."
내 말에도 아이들은 그대로 웅성거리고 있었다. 쳐다만 보고 있는 아이들 속으로 혁준이가 비집고 들어간 것은 잠깐이었다.
아이들의 탄성이 터졌다.
"잠자리가 날았어요.", "살았어요.", "다행이에요."
죽은 듯 꿈쩍 않고 있던 잠자리가 천장 높이 날아 오른 것이다. 그리고 창문 밖으로 날아갔다. 하늘은 쪽빛이었고 햇살은 눈부셨다.
하나씩 자리로 와 앉았지만 마음은 잠자리가 날아간 창공만 바라보았다. 혁준이는 흥분이 되어 얼굴빛까지 붉어졌다.
"어찌 된 거야"
"제가 꼬리를 이렇게 살살 건드렸더니 날았어요.", "죽은 척 한 거예요.", "쟤가요, 만졌어요."
많은 아이들이 지켜보았지만 각기 말은 달랐다.
"네가 무서웠나보다. 그래서 살려고 날아간 건 아닐까"
이젠 내 말을 농담으로 받아들일 줄 아는 혁준이는 연방 웃고만 있고 여기 저기 떠드는 소리에 교실은 시끄럽다.
"그런데, 잠자리도 죽은 척 하니"
"네, 그럼요."
신이난 아이들은 서로 먼저 말하겠다고 아우성이다. 평소에 발표를 하지 않던 아이까지 나서서 경험담을 늘어놓았다. 이러다가는 끝이 없을 것 같다. 분위기를 바꿔야 했다. 그런데 생뚱맞았다.
"그럼 죽은 척! 하면 떠오르는 동물은"
"곰∼∼이요", "잠자리요!"
"저요!"
힘없이 책상에 엎드리자 하나 둘 따라한다. 더 이상 수업을 할 수가 없다.
"오늘은 밖에 나가서 놀자."
와, 함성을 지른다. 책상을 두드리는 아이, 손뼉을 마주치는 아이, 벌써 문앞까지 가있는 아이도 있다. 날아온 잠자리 때문에 아이들도 가을하늘을 맘껏 날 수 있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