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공화국 대통령 하실겁니까

데스크의 주장

2008-04-17     충청타임즈
권 혁 두 부국장 <영동>

우려했던 상황이 예상보다 빠르게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이명박 정권의 친수도권정책들이 속속 추진되는 양상이다. 1차로 지방혁신도시가 도마에 올라 전면 수정될 모양이다. 명분은 보완과 개선이지만 실제로는 축소나 유보로 가는 분위기다. 감사원은 입안과정에서 혁신도시 조성에 대한 경제적 평가가 부풀려졌다는 보고서를 냈고 국토해양부도 혁신도시 조성원가가 비싸 미분양이 우려된다는 등의 문제점을 분석해 청와대에 보고했다.

혁신도시는 참여정부가 수도권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소신있게 밀어붙인 '지역균형발전 전략'의 핵심사업이다. 사업추진의 당위성을 얻기 위해 경제적 성과들을 부풀린 측면이 없지는 않지만 혁신도시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과녁은 경제적 가치가 아니라 서울에 편중한 국가자원의 재배분을 통해 지역간 개발균형을 꾀하고 국민 전반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분양가가 비싸고 기업 유치가 어렵다는 식의 이견을 달며 태클을 거는 것은 공연한 트집에 다름 아니다. 이곳 저곳에서 경제적 효과가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대운하'와는 사업의 성격이 다르다는 얘기다. 경제니 실용이니 하는 논리를 들이댄다면 기업도시와 행복도시도 혁신도시의 뒤를 이어 수술대에 오를 수밖에 없다.

국토해양부가 혁신도시 땅값이 일반 산업단지보다 비싸 기업 유치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 대목도 실소를 자아낸다. 기업들이 기를 쓰고 서울과 수도권에 입지하려 하는 것이 그곳의 땅값이 싸기 때문이라는 얘기인가. 지방에 조성될 혁신도시가 기업 유치에 고전할 것이라는 예상은 맞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땅값이 아니라 정부가 공장총량제 완화 등 참여정부가 고수했던 수도권 규제정책을 전면 후퇴시키며 기업들을 수도권으로 불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범일 대구시장이 한 신문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을 차라리 '서울공화국'이라고 부르자'고 항변했다. 지방의 서러운 심정을 그대로 찍어낸 표현이다. 그는 '경제를 살리려면 중앙의 정책 결정자들이 지방 실태부터 확인해야 한다'며 '서울이 '빨대'로 돈을 쪽쪽 빨아가는 형국이다'고 지적했다. 노무현 정권이 수도권에는 LCD모니터, 광섬유 등 첨단업종의 공장 신·증설을 허용해 '현찰'을 주고 지방에는 혁신도시라는 '어음'만 끊어줬다고도 비판했다. 그 어음마저도 부도가 날 판이다.

이번 총선 결과는 지방을 더욱 우울하게 한다. 한나라당에 대한 수도권의 절대지지가 이뤄지며 서울과 지방을 양분하는 정치색이 출현할 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3개 광역단체 111개 선거구에서 81석을 독식했다. 의석의 73%를 차지한 셈이다. 반면 나머지 13개 광역단체에서 얻은 의석은 50석으로 전체 134석의 37%에 불과하다. 수도권서 압승하고 지방서 대패한 이 결과를 가만히 들여다 보면 지방서 참패하더라도 서울서 대승을 거두면 다수당이 될 수 있다는 셈법이 나온다. 또 하나 서울의 표심이 이명박 정권의 친수도권, 친기업, 친개발정책에 호응한 기색이 역력하다는 점이다. 정당간 고발사태까지 빚고 있는 '서울 뉴타운 해프닝'이 이같은 추정을 뒷받침한다.

여권이 지방은 영남의 연고나 유지하고 서울과 수도권만 챙기면 집권 연장이 가능하다는 전략을 세우고, 방법론으로 수도권 곳곳을 뉴타운으로 도배하며 개발을 부추긴다면 지방과는 격이 확연히 다른 '서울공화국'의 출현이 불가피해진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대한민국 대통령인지 서울공화국 대통령인지를 가리는 국민적 논란이 대두될 수도 있다. 이 암울한 공상이 기우에 그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