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물결제
대물결제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4.14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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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문 종 극 <편집부국장>

재화와 재화를 직접 교환하는 것이 물물교환이다. 원시시대에 씨족간에 이뤄지던 재화교환 수단이었다.

이같은 물물교환이 일부에서 지금도 성행하고 있다. 물론 쌍방간에 약정되지 않은 일방적 물물교환이어서 위법이다. 주택건설업계에서 횡행하고 있는 소위 대물결제가 여기에 해당한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를 제재하고 나서 관심이 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9일 하도급 거래를 대가로 미분양 아파트를 떠안긴 대주건설과 남양건설 등 2곳의 주택건설업체에 대해 이를 시정토록 하고 각각 과징금 5억9600만원, 5억1300만원을 내렸다.

이번 조치는 주택건설사들이 건자재 및 하도급 업체들에 대한 대금결제로 미분양 물량을 떠넘기는 '대물결제' 관행에 처음으로 취한 제재조치라는데 의미가 크다.

주택건설업계의 대물결제는 건설사 경영악화가 하도급 업체들의 자금난으로 전가된다는 점과 대물결제로 받은 미분양 물량이 할인매물로 나올 경우 주택시장을 더욱 혼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건설사들이 일정기간 매각제한 조건을 달아 울며 겨자먹기로 이를 2∼3년씩 보유하는가 하면 자금사정이 급해 이를 유동화 하려면 분양가보다 5∼15%씩 싼 가격에 할인 매각해야 하는 경우도 사실상 허다하다.

이번에 공정거래위가 적발한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아파트나 다가구주택 등 소규모 주택을 건설하는 경우에는 대부분 대물결제 방식이 이뤄진다고 보면 된다.

메이저 업체를 제외하고는 대형건설사까지도 대물결제 방식을 암암리에 동원하고 있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업계에 따르면 대물결제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하도급 업체들은 원도급업체와의 계속적인 거래관계 유지 때문에 대물결제를 당국에 제보하지 못하고 있다.

"아예 공사대금을 떼이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물결제를 받아들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한 하도급업체 대표의 하소연은 실상을 가늠하기에 충분하다.

이같은 대물결제 방식은 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면 더욱 기승을 부린다.

최근 전국적으로 미분양 물량이 13만 가구를 육박하고 있다. 대물결제가 횡행하기 딱 좋은 환경이다.

국토해양부는 13일 지난 2월말 기준 전국 미분양주택은 모두 12만9652가구로 1996년 6월 13만529가구 이후 최대치라고 밝혔다. 분양시장의 최근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같은 심각한 상황은 중소업체들을 중심으로 대물결제 거래가 동원될 수밖에 없는 형국이 된다.

미분양 물량은 대물결제를 낳고 대물결제는 하도급업체의 자금난을 불러 분양시장의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 된다.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주택건설사들이 미분양 물량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팔리지 않을 것으로 보이면 짓지 말아야 한다. 그래도 지어야 하겠다면 팔릴 수 있도록 마진폭이 적더라도 고품질을 내놓야 한다.

이같은 측면에서 볼때 오송 힐데스하임을 1순위에서 모두 마감시켜 보기드문 진기록을 세운 원건설이 돋보인다. 심각한 분양경기 침체 속에서 소위 '대박'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품질은 최고'라는 평가를 받은 것이 성공 요인이 된 것이다.

주택건설업계의 고질적인 병폐중 하나인 대물결제 관행을 청산할 수 있는 방법을 여기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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