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하 논쟁에 뛰어든 교수·교사들
대운하 논쟁에 뛰어든 교수·교사들
  • 박병모 기자
  • 승인 2008.04.11 23: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박 병 모 부장 <진천>

한반도 대운하를 반대하는 교사, 교수들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 대운하를 반대하는 똑같은 목소리라 하더라도 '시대의 양심'이 말하면 더욱 가슴에 와닿는 법이다. 현실참여폭이 넓은 교수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목소리만큼은 예사롭지 않다.

충북도내 초·중·고교 교사 1369명은 지난 2일 정부의 한반도 대운하 건설계획의 전면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비록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북지부가 주도한 것이지만 도내 11개 시·군 비조합원 교사가 다수 참여했다는데 의의가 있어 보인다. 이들이 발표한 한반도 대운하 백지화촉구 선언문에는 절절하고도 간곡한 호소가 들어 있다. 교사들은 한반도 대운하는 환경 대파괴와 동의어라면서 "대운하를 건설하게 되면 자연환경의 대대적 파괴가 불가피해지고 결국 이 땅에 사는 모든 생명체를 위협하는 일대 폭거가 되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경제논리를 앞세워 계획의 타당성을 주장하고 있는데 대해서도 지적했다. 물류수단으로서의 경제적 가치는 전무하다는 것이고 운하건설에 들어가는 천문학적 규모의 돈은 운하주변의 무분별한 난개발로 충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일시적인 경기부양 효과는 있겠지만 이마저도 결국 거대기업이 독식하게 될 것이란 것이다.

교사들은 대운하 건설은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구석기시대부터 내려오는 문화유산과 유적을 대대적으로 해치고 말 것이라며 대운하 건설을 강행할 경우 조상과 후손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교사들이 가장 문제를 삼은 것은 국민적 합의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니, 더 적나라하게 표현하면 반대 목소리가 더 큰데 왜 귀를 닫느냐는 것이다.

환경영향평가 한 가지만 하더라도 보통 2∼3년이 걸릴텐데 대통령 임기 5년 내에 완공까지 하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소리다.

교사들이 밝힌 반대선언 배경이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썩어가는 물을 물려줄 수 없기에 교사로서의 양심을 걸고 나섰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대에서도 중요한 모임이 있었다. 서울대 경제·과학기술분야 교수들이 모여 처음으로 전문가 토론회를 가진 것이다. 교수들은 토론회에 이어서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 모임'이라는 공식기구를 발족했는데 이미 150여명이 발기인으로 서명했다고 한다.

한국 최고의 지식인 집단에서 특정 국책사업에 반대하는 별도 모임을 결성한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데다 적극적이고 조직적인 반대운동에 나선다고 하니 사안의 중대성을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이날 토론회에서 학자들은 "대운하는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진실과 거짓의 문제"라고 표현했다.

배를 띄우려면 수심이 10m 가까이 돼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준설작업이 필요한데도 정부는 "바닥을 긁어내는 게 아니라 있는 물길을 그대로 둔 채 연결만 하는 것"이라고 호도하지 않았는가.

이러니 양심있는 전문가, 양심있는 사회구성원이 이런 얄팍한 논리를 하나하나 벗겨주지 않으면 진실이 무엇인지 알기 어려운 게 운하논쟁인 것이다.

교사들과 교수들의 이런 '현실참여'가 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연결될 수도 있는 대운하의 졸속추진을 두고볼 수 없다는 '양심의 외침'으로 들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마침 18대 총선이 끝났다. 별 이슈가 없긴 했지만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 중 하나였던 대운하 계획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지켜볼 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