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부터 챙겨라
스쿨존부터 챙겨라
  • 권혁두 기자
  • 승인 2008.04.04 2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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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권 혁 두 부국장 <영동>

정부는 지난 95년부터 등·하굣길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스쿨존'을 운영하고 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정문을 중심으로 반경 300m 이내의 도로가 이에 해당된다. 차량통행은 시속 30로 제한되고 불법 주·정차는 원천적으로 금지된다. 안전봉. 속도감지기. 안전표지판. 과속방지턱 등 교통안전시설도 우선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스쿨존 시행후에도 우리나라는 OECD국가중 어린이 교통사고 발생률 1위라는 불명예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국회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법으로 보호를 받는 스쿨존에서만 어린이 200명이 교통사고를 당했다. 스쿨존이 제도만 있지 시행은 안되는 무용지물이 되고있기 때문이다. 경적을 울리며 질주하는 차량이 부지기수이고. 주변에 상가가 형성되다보니 주·정차도 오히려 다른 도로보다 심하다. 어린이가 차고놀던 공을 찾기 위해 주차한 차량밑으로 기어들어가는 아찔한 모습이 간단없이 연출된다.

방과후 대책없이 방치되는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위해 민간단체나 독지가들이 운영하는 지역아동센터들 대부분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지자체 지원은 쥐꼬리다. 방과후 집에 보호자가 없어 하릴없이 방황하는 아이들을 불러 공부도 지도하고 취미도 가르치며 간식과 식사까지 제공하는 아동센터는 전국적으로 수백개에 이르지만 대부분 지자체로부터 실 운영비의 절반 정도를 지원받고 있으며 아예 지원대상에서 제외되는 곳도 있다.

충남의 한 지자체는 올해 지역의 아동센터 가운데 6곳을 지원대상에서 탈락시켰다. 아동센터들을 심사한 후 3등급으로 나눠 지원금을 차등 지원하고 등급에 들지못한 6곳을 제외시켰다. 갑자기 지원이 끊기다 보니 운영자들이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다.

국가청소년위원회가 야삼차게 구축한 지역사회 청소년통합지원체계(Community Youth Safety-Net)도 제대로 가동이 안되는 전시행정에 머물고 있다. 지역사회의 활용 가능한 모든 자원을 연계해 가출. 비행. 약물. 성문제 등으로 고통받는 청소년을 헬프 콜 1388번을 통해 돕는 시스템이지만 웬만한 군소 지자체에는 위기 청소년이 발견되더라도 연계할 만한 서비스 자원이 없다. 시·군 단위로 1곳씩 설치된 청소년지원센터는 지자체의 인색한 지원으로 운영이 열악한 상태다. 상담원 1명만이 자리를 지키며 고군분투하는 곳이 허다하다. 단체장이나 지방의회가 어린이나 청소년문제에 얼마나 소극적인지를 반증하는 대목이다. 학교급식이 부실하다는 여론이 높았지만 지자체가 학교급식에 예산을 지원하기까지는 10년 가까이 걸렸다.

안양 초등생 살해사건후에도 초등생 납치미수 및 성폭행 사건이 꼬리를 물며 정부가 여러가지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아동 성폭행 살해범은 사형이나 무기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이른바 '혜진·예슬법'이 추진되고 재범위험이 있는 성폭행사범은 전자팔찌를 차게하는 방안도 마련될 모양이다. 스쿨존 등 어린이보호구역에 CCTV 등을 보강하는 등 감시체계도 강화한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어린이를 상대로 흉악한 범죄가 터질 때마다 나왔던 처방들이라 그런지 정부의 의지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 전자팔찌만 하더라도 벌써 몇년째 논란만 벌여왔던가.

어린이 보호시책을 성폭행 범죄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다. 이번 기회에 어린이들의 생활공간 전반에 대해 철저하게 점검하고 빈곤. 질병. 고립 등 범죄 못지않은 고통에 시달리는 어린이들을 총체적으로 품을 수 있는 처방을 마련해야 한다. 더 나아가 어린이뿐 아니라 여성. 노인. 장애인. 외국인 이주여성 등 사회적 약자들이 배려되는 분위기가 정착되는 전기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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