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쓰러운 한나라당 후보들
안쓰러운 한나라당 후보들
  • 이재경 기자
  • 승인 2008.03.27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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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 재 경 부장 <천안>

◈ 1. 뚜껑이 열리자마자 터져버렸다.

제 버릇 개 못준다했나, 한나라당 김택기 후보가 15년 전 국회노동위 돈봉투사건에 이어 또 한차례 '히트'를 쳤다. 한나라당 후보들을 '골 때리게' 한 이번 사건으로 야당들은 신이났다. 여당내에서도 공천 심사과정에서의 책임자 문책론이 거세지고 있다.

김택기가 누군가. 그는 1993년 한국자동차보험(현 동부화재) 사장 시절 국회노동위에 800만원의 돈봉투를 뿌리다 적발돼 징역 1년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이번 사태는 이미 예견됐었다. 한나라당의 공천심사과정에서부터 그에 대한 문제점이 드러났으나 그는 부도옹(不倒翁)처럼 살아났다. 인명진 당 윤리위원장을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공천을 반대했는데도 말이다.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재선을 노리던 그는 2004년에도 한차례 낙천운동 대상인사로 찍혔었다. 당시 총선시민연대가 발표한 66명에 '당당히' 포함됐다. 그래서 4년전에 출마하지 못한 그를 공천한 한나라당 공심위의 줏대없는 공천기준을 우리는 어떻게 봐야할까.

◈ 2. 한나라당 후보들이 아침이 무섭다고 한다. 또 뭔 일이 터질까 봐 말이다.

충청권에서 출마한 모 후보가 기자에게 김택기 후보 사건이 터지자 "또 100만표 해먹었네."라며 탄식을 한다. 그는 생쥐 새우깡 사건 때문에도 100만표가 떨어졌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22일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 변도윤 여성부장관이 한 말 때문이다.

몸이 안 좋을 때 생쥐를 튀겨먹으면 좋다고 신문과 방송에 실황중계된 당시 장관과 대통령과의 대화는 코미디인지 선문답인지 기가 막힐 따름이다.

다시 중계해 볼까.

대통령"생쥐머리, 그게 어떻게 (새우깡에) 들어갈 수 있지"

변 장관(잠시 침묵이 흐르자) "과거 노동부에서 직원이 몸이 안 좋다고 생쥐를 튀겨 먹으면 좋다고 하는 일이 있었는데"

대통령(당황한 듯 뜸을 들이다) "쥐머리는 보기가 그렇지만 (참치 캔에) 칼이 들어갔다고 하니까"

이런 선문답이 어디 있을까.

한 신문이 변 장관의 발언을 '대통령 발언후 침묵에 대해 뭔가 말을 해야한다는 압박에서 돌출돼 나온, 문맥에서 벗어난 말 실수', '커뮤니케이션(소통)에 대한 이해와 훈련의 부족'이라고 변호했지만 한 번 내뱉은 말은 다시 거둬들일 수 없는 것.

대통령이 점잖게 넘어간 것에 대해서도 사실 불만이다. 내각 책임자인 장관의 말실수를 그냥 넘어가서야 되겠는가. 배석자들이 있어 호통을 치진 않더라도 그 자리에서 말 실수를 지적해야 했어야 했다.

◈ 3. 한나라당 후보들이 요즘 너무 안쓰럽다.

대선 직후만 하더라도 당 깃발을 꽂기만 하면 국회입성이 무난할 것으로 여겨졌는데 말이다. 인수위의 '오버'와 '강부자 내각'에서부터 공천파동에 이르기까지 그로기(Groggy) 상태에서 생쥐튀김 발언, 여기에다 돈보따리마저 풀려지고 말았다.

여기서 끝나면 다행이란 자조섞인 말이 당내부에서 들린다. 후보들마다 터져나오는 악재 때문에 노심초사하는 모습들이 눈에 선하다.

한나라당 후보들이여, 그렇다고 기죽 진 말자. 국민들은 정당만 보고 사람을 찍진 않는다. 정당선호도 애초에 그런 건 없다. 이번 선거는 우리 지역을 대신할 머슴을 뽑는 선거다. 유권자들의 판단 기준은 정당들의 공천심사기준보다 차원이 더 높다. 성실성, 도덕성, 비전, 올바른 판단력, 그런 것들만 보고 뽑을 터이다.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를 100년 손님인 사위를 고르는 일만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유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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