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진해지기 시작한 4.9총선
흥미진진해지기 시작한 4.9총선
  • 이재경 기자
  • 승인 2008.03.17 2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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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 재 경 부장 <천안>

누가 정치를 생물이라 했던가. 정치판이 흥미진진하게 요동치고 있다.

엊그제 대선을 치른 직후만 하더라도 4.9 총선이 한나라당의 깃발꽂기 잔치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말이다. 대선 3수 후 이회창씨가 15%의 득표율에 고무받아 충청권 기반의 새 당을 창당, 총선판에 뛰어들 때만 하더라도 그냥, 그렇겠거니 생각들 했다.

근래 치러진 대선에서 사상 유래없는 표차로 대패한 통합민주당도 호남을 빼고는 거의 전멸할 것으로 여겨졌었다.

그런데 웬걸, 정치판을 재미있게 할려고 그랬나. 대통령과 측근들이 '고소영', '강부자' 내각을 억지로 만들면서 한나라당 총선 전선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민심이반'이란 폭탄을 맞게 된 것이다. 그러자 연초만 하더라도 호남권 말고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통합민주당이 갑자기 수도권 전열을 재정비하기 시작했다. '이젠 해볼만하다'고 판단, 영남권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인물들을 영입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이런데다 최근 공천을 둘러싼 한나라당의 내분이 다른 당들에게 더 힘을 실어주고 있다. 대전, 충남에서 10석만 건져도 만족할 것 같았던 자유선진당도 이젠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한나라당의 공천 파동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자유선진당은 이젠 충청권에서만 20석이상까지 목표를 늘려잡았다.

지난 주 CBS 시사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한 강삼재 자유선진당 최고위원은 50석까지 가능하다며 한 술 더 떴다. '다른 당들에서 외면한 보석들을 챙기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는 말까지 했다. 그만큼 한나라당의 공천을 둘러싼 분열과 그 파장은 이번 총선 정국의 뇌관으로 작용할 것같다. 제대로() 터지기만한다면 말이다.

한나라당의 박근혜 전 대표가 13일 낙천의 고배를 마신 유기준 의원(부산 서구)에게 '살아서 돌아오라'고 했다. 조국의 부름을 받고 전쟁터에 나가는 아들에게 어머니가 하는 말처럼. 정치인들에게는 역시 선거가 그들의 전쟁터인 모양이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의 공천심사기준에 대해 낙천자들로부터 설득력있는 반발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탈당을 선언하며 기자회견을 가진 친박계의 김무성 의원이 포문을 열었다. 그는 당의 이념이 다른 열린우리당 당적으로 출마전력이 있는 인사들을 비롯 철새정치인 4명의 공천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또 현지 지역구 여론조사 열세자들의 공천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한나라당의 공천심사기준은 당 기여도, 인지도, 의정활동 성과, 도덕성 등 크게 네 가지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기준이 각 공천신청자들을 납득시킬 수 있도록 계량화돼 있지 않다는 게 반발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낙천자들은 심사위원들간의 구두 협의로 이뤄지고 있는 밀실 심사를 비난하고 있다. 결국 지금 한나라당의 위기는 당이 스스로 자초한 셈이다. 어쨌거나 유권자들로선 연초만 해도 그 뻔한 결과의 예상때문에 심드렁하니 지켜보려 했던 4.9 총선이 갑자기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살아서 돌아오라고 한 유기준의원이 그렇게 될런지도 뉴스거리일테고, 통합민주당에 대한 민의의 심판 결과, 여기에다 이회창당의 성패여부와 이용희, 이인제 등 말을 갈아타거나 무소속으로 출마할 낙천 중진들의 생환여부 등 흥미진진한 볼거리가 준비돼 있다.

이제 오는 27일이면 후보등록 마감과 함께 공식적인 선거전이 시작된다. 그러면 이때부턴 우리 유권자들의 몫이다. 정당들이 모호한 공천심사기준으로 비판받은 사실을 유권자들은 유념해야 한다. 지연, 학연에 얽매이지 말고 투표기준을 정하자. 그런 뒤 나라의 살림을 살찌우고 지역을 발전시킬 깨끗하고 유능한 일꾼을 뽑자.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그렇게 치러서 축제로 승화시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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