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건설업체' 경시한 농협과 충북도
'지역 건설업체' 경시한 농협과 충북도
  • 한인섭 기자
  • 승인 2008.02.29 2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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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한 인 섭 <사회체육부장>

농협중앙회가 증평군 초중리에 추진중인 고려인삼제조공장 설립과정에서 보여준 지역 건설업체에 대한 태도는 '무신경'에 가까웠다. 기회있을때 마다 지역 건설업 활성화에 나서겠다 해 놓고 정작 '강건너 불구경' 한 충북도나 증평군 역시 한층 책임이 무겁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농협중앙회 출자회사 농협고려인삼이 NH개발을 통해 신축할 예정인 공장은 지상 4층, 연면적 2만5794(7819평) 규모로 입찰 예정가만 230억원에 달한다. 지역 건설업체들은 지난해부터 공장 신축 얘기가 나오자 꽤 기대를 했던 모양이다. 충북도를 비롯한 일선 시·군까지, 대규모 민간사업에까지 지역건설업체 참여 확대와 생산품 구매를 유도하겠다며 경쟁적으로 제시한 '활성화 대책' 탓에 긍정적 기대감은 더했을 법하다. 그러나 지난 20일 '긴급입찰공고' 형식으로 제시한 입찰 참가자격은 1·2군 건설업체 조차 참여하기 어려웠다. 실적기준 기간을 5년으로 제한한데다 정부, 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 농·축·수협 준공 실적을 보유한 업체 등으로 한정했다. 민간부문실적은 아예 배제했다. 공동도급수급업체 역시 대표사를 포함한 2개사로 한정해 그나마 지역업체들이 참여할 수 있는 폭을 제한했다.

지역 건설업체들은 "이런 조건이라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업체가 10여개에 불과할 것"이라는 반응과 함께 "지역업체들의 공동도급 참여는 아예 생각할 수 없게 됐다"는 불만을 쏟아냈다. 결국 지난 27일 열린 현장설명회에는 전국에서 10개 업체만 참여했다.

민간부분 건축공사에 지역 건설업체들이 이같은 반응을 보인 것은 농협이 지닌 상징성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토종'이라는 이미지와 지역 밀착형 금융기관이라는 점을 늘 내세웠던 게 농협의 '마케팅'이었고 이로 인한 반사이익도 만만치 않았다.

연간 5000억원대 규모인 충북도 금고 지정은행으로 선정된 것은 대표적인 사례일 것 같다. 농협은 지난해 8월 치열한 유치전에서 재선정됐다. 신용도나 재무구조 안정성도 물론 평가에 반영됐겠지만 충북도와의 협력사업, 지역사회 기여도 등을 내세워 10년 독주체제를 이을 수 있었다. 농협은 충북도 뿐만 아니라 일선 시·군, 대학 등의 '지정은행' 선정에서 '지역성'으로 한몫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농협이 정작 지역업체에 주머니를 끌어놔야 할 대목에서는 인색했던 게 아닌가 싶다.

충북도는 지난해 2월 농협중앙회와 농협고려인삼과 인삼제조공장 설립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농협은 당시 2018년까지 12년 동안 1000억여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공장을 설립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충북도나 증평군은 경제활성화의 '청신호'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1000억원 투자의 첫 단추라 할 수 있는 공장 신축공사 발주단계에서 비춰진 충북도의 모습은 '실망'을 넘어섰다는게 업계 반응이다. 지역 건설업체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건설협회 충북도회가 발주회사에 참여 방안을 요청하기까지 충북도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답답하다는 것이다. 충북도는 '민간부분'이어서 한계가 따른다고 할 수 있겠지만 투자협약과 행·재정지원을 약속한 업체에까지 이런 식이라면 지역 건설업체 활성화대책은 신뢰받기 어렵다.

NH 개발 나름의 사정이 있었고, 지역업계의 요청에 따라 뒤늦게 '지역업체 가산점'을 도입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업계 반응이 개운하지 않을 것 같다. 지역 건설산업 활성화대책 이면에는 대형공사에 참여할 수 있는 지역 업체들의 시공능력이나 실적 등이 뒤따르지 못한다는 한계도 있다. 지역업체들이 '한계'에 마냥 머물러 있어도 곤란하겠지만, 충북도를 비롯한 자치단체들은 이들이 '기댈 언덕'이 돼 줘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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