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자리 잃은 위기의 지역 출판계
설자리 잃은 위기의 지역 출판계
  • 연숙자 기자
  • 승인 2008.02.19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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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출판사 독식… 수익구조 측면서 고전
대형출판사들의 출간 독식 속에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는 지역 출판업계는 열악한 출판환경과 지역작가들의 외면 속에 설자리를 잃어 가고 있다. 출판업계의 양극화 현상은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지만, 침체 일로를 걷고 있는 충북 출판업계 역시, 위기감이 팽배하다.

실제로 충북도내에는 지난 2007년말 현재 등록된 출판사가 282개에 이르지만, 수익구조 측면에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실시한 국내출판사 2007년도 조사현황에서도 한 권의 책이라도 출간한 출판사는 전국 2만7000개 중 2175개사로 8%에 불과해 이 같은 현실을 증명하고 있다.

출판사들의 고전과는 달리 매년 연말을 기점으로 충북도내에는 문학 작가들의 창작집인 시집과 수필집, 문학동인지, 인문학 분야 등의 출간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그럼에도 충북 출판업계의 선주주자인 K 출판사와 M 출판사의 경우 지난 한해 동안 동인지와 수필창작집, 시집 등을 포함해 20여 권 밖에 발간하지 못했다. 또 후발주자인 E 출판사와 B 출판사는 문학관련 분야에서 지난 1년간 5권 안팎의 저조한 출간을 나타내 업계의 현실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출판물은 늘어났지만 지역 출판업계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자본력 부족과 유통시스템의 중앙집중으로 지역 작가들마저도 대도시 출판사를 통해 책을 출간하기 때문으로 파악되고 있다.

유정환 고두미출판사 대표는 "창작집을 내는 작가의 경우 제작비가 싸면서도 조건이 좋은 대도시 출판사를 선호한다"며 "대도시 중심으로의 편중은 대부분 소도시가 안고 있는 사회 현상이다"고 밝혔다.

또 "지역에선 자본이 부족해 기획출판이 어렵고, 유통망을 통한 간접자본 부족으로 대형출판사에 밀리게 돼 있다"며 "유통망을 확보했다 해도 판매나 수익이 되는 것은 아니기에 반품되는 책은 고스란히 출판사가 떠안게 돼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종이매체가 줄어든데다 창업이 쉬워지면서 광고기획사가 난립하는 것도 출판업계의 위기를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조성민 정일품 대표는 "지역 출판사는 책 출간만으로는 경영 자체가 어렵고, 여러 가지 인쇄물 제작으로 운영한다"면서 "열악한 실정이다 보니 이름만 등록한 곳도 많다"고 들려줬다.

지역의 전문출판사를 육성하고 다양한 출판물을 발행하기 위해서는 출판사에 대한 정책적·제도적 지원과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유정환 고두미 대표는 "지역작가들이 펴낸 책 사보기 운동으로 분위기를 조성해 자비 출판을 극복하지 못하는 작가를 지원하는 한편, 청주의 상징인 직지와 인쇄·출판을 연계해 젊은이들에 대한 해외연수와 같은 제도적 지원으로 사양길에 접어 든 출판업계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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