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와 삶, 그리고 종교
존재와 삶, 그리고 종교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2.19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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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김 태 종 <삶터 교회 담임목사>

요즘 내가 만난 사람 가운데, 정의에 관심이 많아 불의를 보면 견디지 못하고 싸움닭처럼 꼿꼿해져서 덤비고, 누구는 어디가 어때서 사람 못 됐고, 어떤 사람에게는 이런 저런 문제로 실망을 했다는 투의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제와 그저께 이틀 동안 거듭 만났는데, 그저께보다는 어제가 조금 더 다소곳해진 것 같아서 마음이 편했는데, 오늘 아침에는 문자를 하나 보내드렸습니다.

'보석으로 낫을 벼리는 사람은 없고, 당신은 이 세상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보물이며, 인생은 하느님이 주신 너무도 아름다운 선물이라'는 짧은 글이었습니다.

내가 보기에 존재하는 모든 것과 함께, 모든 사람이 다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고, 그래서 그 한 존재를 저울 한 쪽에 올려놓고, 나머지 쪽에 온 우주를 올려놓을 때 언제나 양쪽의 무게가 같아 중심이 잡힌다는 것이 생명의 진실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드러내는 여러 가지 삶의 양태들을 보면, 스스로 이 존재의 진실을 포기해 버리거나, 외면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만저만 안타까운 일이 아닙니다.

존재의 진실 앞에서 옷깃을 여미는 일, 그것이야말로 모든 종교의 의례가 지니고 있는 바탕자리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현실에서 나타나는 종교의 현상들은 이 당연한 사실로부터 너무 멀리 벗어나 있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종교가 종교의 자리에서 스스로 벗어나서 종교의 논리가 아닌 정치적이거나 시장의 논리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것 같은 모습, 그런 게 보일 때마다 내가 눈길이 바르지 못해서 사실을 제대로 못 보고 왜곡해 인식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스스로를 곱짚어 보곤 합니다.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시장의 논리와 개발이익을 모든 가치보다 우선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그러다 보니 존재의 의미와 진실은 언제나 외면당할 수 밖에 없고, 자기 바깥을 파괴하고 이용하는 것에서 오는 이익에만 관심이 쏠려 있는 것 같다는 말입니다.

여기에서 존재의 진실을 세워내는 정신, 그것이 오늘의 종교에 주어진 과제입니다. 건강한 사회는 바로 이 존재의 진실이 보장되는 곳이고, 그렇다고 보면 존재의 진실이 보장되는 세상은 인류가 추구해야 할 보편적 가치라는 생각이 그저 황당한 설계는 아니지 싶은 겁니다.

또한 여기서 이 시대의 종교가 서야 할 자리가 어디이며, 역할과 기능이 무엇인지도 다시 확인됩니다.

건강한 사회에 대한 희망, 거기에 종교의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적, 혹은 시장의 논리에서 벗어나 생명의 진리를 바탕에 놓고 이루어지는 종교생활이 보다 절실한 의미로 다가옴을 다시 한 번 실감합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경이롭습니다.

지금 우리는 그 경이로움이 겨울을 걷어내고 봄의 새싹으로 피는 것을 확인하는 계절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새싹의 돋아남을 보는 것, 그 소중한 새싹들의 아름다움 안에서 우리들 자신의 아름다움을 또한 발견하는 것, 그리하여 존재와 존재가 어우러지면서 펼치는 잔치를 경험하는 것, 오늘의 종교뿐 아니라, 모든 존재에게 필요한 삶의 방식이 아닌가 싶습니다. 새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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