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온다
봄이 온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2.12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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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전 철 호 <충북불교대학 교무처장>

세월의 흐름은 어김 없어 입춘이 지나고 설을 보내고 나니 산골에는 잔설이 남아서 떠나는 겨울을 아쉬워하지만 어느덧 춘풍이 다가온 듯하다.

봄이라는 단어는 우리를 들뜨게 만든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다가오는 봄을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겨우내 얼어붙었던 대지에도 봄이 움트고 있고, 겨울동안 숨소리 죽이며 잠잠하던 숲속의 새소리도 이제 곧 아름다운 지저귐을 들려줄 것이다. 곱게 가지 속에 감추어 두었던 새싹들도 머지않아 고개를 내밀어 우리를 반가이 맞을 것이다.

2008년 봄은 어느 해보다 남다르게 시작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정부가 교체되고 새로운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으니 많은 사람들은 설렘으로 봄을 맞이하면서 희망의 싹이 트기를 갈망할 것이다.

사람들의 봄은 어디서 오는가

묵은 버릇을 버리고 새로운 사고의 출발과 변화에서 새싹이 움트게 되는 것이다.

기존 질서에 너무 익숙해져 변화를 두려워한다면 그것은 봄을 맞이할 준비가 덜 된 것이다.

요즘 정권교체기를 맞이해 스스로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고민하고 사상적 변화를 모색하는 정당들의 활동이 그것을 반증해주고 있다.

낡은 방식에서의 탈피, 고정관념에서의 변화, 새롭게 변화하는 문화·사회적 질서에서의 신개념의 사고와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는 것이 아닌가.

겉모습만 바꾸고 속은 그대로 있다면 구태의연함을 속이는 일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새봄을 맞는 진정한 준비는 내속에 잠재한 새로운 씨앗을 준비해야만 당당히 오는 봄을 두려움 없이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석가모니 부처님도 수행자 시절에 자기 몸을 혹사하는 고행주의자들의 방식도 해보고, 교법에 대한 공부도 해오면서 스스로 수행의 한계가 있음을 알고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중도수행법을 새롭게 적용해 마침내는 깨달음의 길에 이르게 된다.

그동안 인도에서의 전통적인 수행법에만 의존했다면 지금의 불교는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불가의 봄이 오는 소리는 사찰마다 입춘기도를 입재하면서 삼재가 닥치지 않도록 예방하는 기도소리와 3개월의 동안거 수행을 통해서 얻은 눈 밝은 운수납자들이 세속으로 나와서 미혹한 중생들에게 좋은 가르침을 일러주기 위한 발걸음에서 시작한다.

봄을 맞이하는 마음은 날마다 좋은 날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중국 당나라 시대의 운문문언(雲門文偃)이라는 큰스님이 있었다. 스님은 어느 해 정월 초하루 날 법상에 올라가 제자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사람들은 지나간 과거에 집착하여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지나간 것은 이미 지나간 일이다. 그러니 보름 전의 일은 묻지 않겠다. 내가 그대들에게 묻고자 하는 것은 보름 후의 일이다. 자, 말해보라. 보름 이후에는 어떻게 하려는가" 대중들이 모두 입을 다물고 있자 스님은 스스로 이렇게 대답했다. "날마다 좋은 날이로다.(日日是好日)"

어제는 지나간 오늘이요, 내일은 다가오는 오늘이다.

다가오는 봄을 새내기가 되었다는 마음으로 낡음과 고정관념을 떨치고 새로운 각오와 발전적 변화를 맞이할 자세로 가슴을 열고 오는 봄을 마중하자.

뜰 앞의 나뭇가지에서 봄이 움트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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