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 잃은 농촌진흥청 폐지논란
할 말 잃은 농촌진흥청 폐지논란
  • 박병모 기자
  • 승인 2008.01.30 23: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주장
박 병 모 부장 <진천.증평>

출범 한 달을 맞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그 동안 이명박 당선인이 줄곧 강조해 온 국정운영의 효율성과 경제살리기의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에 주력해왔다. 정부조직 개편안과 대입 3단계 자율화 방안 등 지난 한달 동안 인수위의 성과에서 대체로 '무난했다'는 평가도 없진 않았다.

그러나 인수위 일부에서는 '언론사 성향파악' 등 과거 권위주의 통치시대로 회귀하는 듯한 행태를 보이는가 하면 내부 인사들의 실수로 잇단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국정원 자료유출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한때 인수위가 '폭로의 주체'라는 의혹이 제기됐었고, 뒤 이어 '언론사 간부 성향조사' 파문이 불거져 위상에 손상을 입히기도 했다.

아직 뚜렷한 진상이 파악되진 않았지만 최근 인수위에 파견된 한 정부인사가 농촌진흥청 폐지 반대시위와 관련해 농진청 고위간부에게 자제를 촉구하며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이는 대목에선 아찔한 기분도 없지 않다. 가뜩이나 불안에 떨고 있는 농진청 간부에게 인수위 경제2분과 모국장이 전화를 걸어 "이렇게 나가면 벼랑에 몰릴 줄 알라"는 내용의 전화를 걸었다는 글이 인수위 홈페이지에 실리면서 외부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농진청 폐지안에 반발하는 움직임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농민단체와 정치권은 물론 김인식 농진청장이 이례적으로 대통령직인수위의 농진청 폐지방침을 비난하며 철회를 촉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전국 각지에서 농민단체와 정치인을 중심으로 인수위의 농진청 폐지방침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서가 잇따라 발표됐다.

농진청 김인식 청장은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농진청 폐지는 선진국들의 농업강화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 말에 필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는 것 같다. 농업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기간산업이다. 농업이 안정돼야만 경제발전도 가능하다.

농진청이 단순 연구기관으로 전락할 경우 선진농업기술보급과 개발은 소홀해 질 수밖에 없다. 농진청 폐지는 FTA시대를 맞아 농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행위로도 볼 수 있다.

인수위는 농진청을 정부출연 연구기관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기술농업의 부실화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농촌진흥청은 농업기술 보급의 산실이요, 모태다. 한국농업 100년을 이끌어 온 농진청을 폐지하는 것은 농민들의 주장처럼 보다 경쟁력있는 장사만 하겠다면서 곳간과 쌀독을 던져 버리는 행위나 다름없다. 대한민국의 식량 주권과 농업, 농촌을 포기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농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농가 경영 컨설팅사업과 농업인 교육사업, 농업인 후계 인력육성이 아직도 절실하다.

한·미 FTA 등으로 농업기반이 무너져 가는 상황에서 농업기술을 연구, 보급, 지도하고 있는 기관을 없앤다고 하니 납득이 되지 않는다.

농업은 어찌할 수 없는 상대적 쇠퇴산업이다. 다른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희생되어 왔던 산업이다.

이제 농업에 대한 국가의 투자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농촌진흥청은 꼭 필요한 기관이다.

농진청의 폐지는 각 도의 농업기술원 폐지와 농업기술센터의 폐지로 이어져 현장중심의 농업은 아예 실종될 것이 자명하다.

식량안보 등 중장기적이고 국가 전략적인 연구수행을 국가 주도로 수행해 농민을 비롯한 대국민에 서비스 기능을 확대함이 오히려 마땅하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은 21세기에도 변치 말아야 할 진리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