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천안문화원장님
위풍당당 천안문화원장님
  • 이재경 기자
  • 승인 2008.01.29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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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주장

이 재 경 부장 <천안>


"성추행범이 문화원장에 다시 뽑히다니 이게 말이나 됩니까."

"직선제 투표로 뽑았다구요 그 사람들이 제 정신인지 모르겠네요."

어제, 28일 있은 천안문화원 정기총회에서 권연옥 문화원장이 재신임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 문화계가 발칵 뒤집혔다. 다들 기가 막히다는 표정이다.

황당하기는 시민들도 마찬가지다.

국가 최고 사법기관인 대법원으로부터 성추행 혐의 확정판결을 받은 성추행범이란 전과를 지니고 있는 그가 지역 문화계의 수장자리에 다시 올랐다는 말에 모두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들이다.

그는 새 원장으로 뽑힌 뒤에 인사말까지 당당하게 했다. "실추된 문화원의 명예와 위상을 다시 세우고 회원들의 뜻에 따라 새롭게 문화원을 이끌어 나가겠다." 이 말이 전해지자 "문화원의 명예를 실추시킨 장본인이 누군데 그런 말을 하느냐"는 비아냥이 쏟아지고 있다.

그는 지난 25일 이사회에서 문화원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체 임원들과 동반사퇴를 하기로 결정했다. 자신이 원장직에 연연하지 않겠다, 사실상 원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말도 그 자리에서 했다.

그런 후 총회에서 또 다시 원장선거에 버젓이 나서 자신의 사람들로 구성된 총회의 압도적 지지로 원장직 '탈환'에 성공했다.

재신임 인사말에서 '새롭게 문화원을 이끌어가겠다'는 그의 말은 앞으론 더 이상 여론의 퇴진압력따위는 아랑곳 않겠다는 말로 들려진다. 사실 그럴 '아집'이 있는 그 이기에 문화원 사태가 오늘에까지 이르렀지만 말이다.

사태가 이 지경으로 치닫자 지역사회가 권 원장의 재신임을 의결한 문화원 총회란 의결기구의 구성원들을 궁금해 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떤 이들인데 시민단체와 여론의 퇴진요구를 묵살하고 성추행범을 문화원장으로, 그것도 재신임까지 하면서 뽑아줬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당일 문화원 총회 취재때 입수한 회원 명단을 살펴봤다. 전체 회원수는 모두 82명, 이중 62%인 51명이 권 원장이 지난 2005년 1월 취임 후 자신이 직접 뽑아놓은 사람들이었다. 원장 퇴진운동에 앞장서 온 문화원 이사들이 투표에 앞서 "(권 원장이) 자신의 사람들로 회원들을 새로 채워놓아 총회 표결결과도 뻔할 것"이라고 한 말에 설득력이 더해지는 대목이다.

권 원장은 회원들은 물론 이사진까지 취임후 자신의 측근들로 채워놓았었다.

총회에서 투표한 이들은 모두 53명, 이들 중 38명이 권 원장의 재신임을 결정하는 찬성표를 던졌다. 압도적인 지지다.

문화원의 주체인 회원들에 의해 뽑힌 원장이기에 당연하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이날 권 원장에게 찬성표를 던진 한 회원은 "우리가 인정하고 다시 뽑았는데 왜 밖에서 뭐라고 하느냐"고 항변했다.

찬성표를 던진 38명이 다들 그런 생각일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한 지역의 문화원이 어찌 몇몇 회원들만의 것이겠는가. 어떤 사적 친목단체에서 성추행 등 전과를 갖고 있는 특정인이 그 모임의 수장이 되는 것을 가지고 왈가왈부할 이는 아무도 없다.

문화원의 공적기능과 그 역할을 그들은 외면하고 간과하고 있다.

사태가 지금에 이르자 종전 권 원장에게만 향하던 화살이 이번에 그를 재신임해 준 회원들에게도 퍼부어지고 있다.

그의 재신임 소식이 들려지자 천안문화원 간판에서 천안이란 글자를 떼어놓아야한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결국 공은 시민들에게 다시 넘어가게 됐다. 권 원장에게 표를 던진 38명의 회원들이 천안문화원의 주인인지, 아니면 54만 천안시민들이 천안문화원의 주인인지, 이젠 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결판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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